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 최초의 대기록에 아웃카운트 3개만 남겨놨다. 그러나 '어린왕자' SSG 김원형 감독은 냉정했다.
SSG 외국인투수 윌머 폰트가 시범경기서 완벽했던 건 아니다. 지난달 27일 인천 두산전서는 5이닝 9피안타 4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150km대 초~중반의 패스트볼을 가볍게 뿌리지만, 제구 기복이 있는 편이다.
그런 폰트에게 2일 NC와의 개막전은 완벽하게 '긁힌' 날이었다.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에게 104개의 공을 던져 탈삼진 7개 포함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빠른 공과 변화구들의 조화가 완벽했다. KBO리그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은 '비공인' 9이닝 퍼펙트.
KBO리그 40년 역사상 퍼펙트게임은 단 한 차례였다. 이용훈 NC 코치가 현역 시절(롯데)이던 2011년 9월17일 대전 한화전서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KBO리그 역사를 썼다. 그러나 1군이 아닌 2군 경기였다.
1군에서 퍼펙트게임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정민철 한화 단장이 현역 시절이던 1997년 5월23일 대전 OB전서 기록한 7⅓이닝 퍼펙트가 종전 최장이닝 기록이었다. 폰트로선 SSG 타자들이 9회까지 단 1점도 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퍼펙트게임은 팀이 승리해야 성립된다.
0-0으로 10회에 돌입했다. 마침 SSG 타선이 10회에만 4득점하며 기회가 살아났다. 폰트가 10회말에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면 KBO리그 1군 최초의 퍼펙트경기, 심지어 10이닝 퍼펙트게임이 성사되는 것이었다. 투구수는 104개. 적은 개수는 아니었지만, 이날 폰트는 11~12개의 공으로 1이닝을 삭제했다. 120개 정도까지는 지켜볼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런 기회는 절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야구는 기록을 먹고 사는 스포츠이고,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팬들에게 관중석 100%를 개방한 첫 날, 심지어 KBO리그 40주년의 문을 여는 날이었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은 상징성, 주목도, 임팩트보다 실리를 택했다. 10회초가 진행 중일 때, 스포츠케이블방송사의 생중계에 폰트가 덕아웃에서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잡혔다. 이후 폰트는 몸을 풀지 않고 경기를 바라보기만 했다. 경기상황을 떠나 투구를 마친 증거였다.
실제 김 감독은 10회말 시작과 함께 마무리 김택형을 투입했다. 김택형이 KBO 최초의 팀 10이닝 퍼펙트를 완성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줘 팀 10이닝 노히트에 만족했다. 물론 이것도 대기록이지만, 폰트의 10이닝 퍼펙트게임을 기대한 팬들에겐 살짝 김 빠지는 결론이었다.
SSG 관계자는 "폰트가 시범경기서 한 번도 그 정도의 공을 던지지 않았다. 감독님이 부상 방지 차원에서 10회말에는 기용하지 않았다. 본인도 동의했다"라고 했다. SSG의 10회초 득점 여부와 무관하게 10회말에는 김택형을 투입하려고 했다.
이것도 일리가 있다. 시즌 극초반이다. 투수들이 아직 100% 컨디션이라고 보기 어렵다. 괜히 급격히 많은 공을 던지면 부상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 더구나 폰트는 지난해 어깨와 옆구리 이슈로 쉬어간 경력이 있다.
올해 SSG 선발진은 김광현의 가세, 6월 이후 박종훈과 문승원의 합류로 풍요로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폰트는 대체 불가능한 핵심 선발투수. 김 감독은 기록과 흥행보다 팀과 개인부터 생각했다. 이제 144경기 중 1경기를 했을 뿐이다. 폰트가 앞으로 더 많은 경기서 건강하게, 잘 던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폰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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