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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고척돔 천장을 안 때렸다? 거의 때릴 뻔 했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키움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에겐 기분 좋은 2루타였다.
지난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3-3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는 푸이그. 볼카운트 1B2S서 롯데 최준용의 4구 패스트볼를 쳤다. 바깥쪽으로 낮게 깔려 들어가는 공이었다.
푸이그로선 반응해야 하는 공이었다. 그러나 빗맞았다. 타구는 높게 떴고, 2루수 안치홍과 우익수 DJ 피터스 사이에 떨어졌다. 안치홍과 피터스 모두 고척돔 내야 천장 부근까지 솟은 타구에 대해 순간적으로 낙구 지점을 잃었다. 푸이그는 재치 있게 2루까지 들어갔다.
이 타구가 애당초 고척돔 내야 천장을 때렸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키움에 확인 결과 타구가 천장에 닿을 뻔 했을 뿐, 실제 닿지 않았다. 고척돔 천장에 달린 철골 최대높이는 59.94M, 천장 최대높이는 67.59M인데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푸이그의 해당 타구 각도는 62도. 어쨌든 천장에 닿을 듯 말 듯한 타구가 롯데 야수들의 처리에 악영향을 미쳤고, 푸이그에겐 행운이었다.
이후 전병우의 끝내기 좌측 2루타가 나왔다. 푸이그가 끝내기 득점을 올리면서 키움의 시즌 첫 승. 결국 푸이그의 행운의 2루타가 결정적 한 방이 됐다. 시범경기부터 타격감이 좋지 않던 푸이그가 유독 환호하며 좋아했다.
푸이그는 시범경기서 33타수 6안타 타율 0.182 3타점 1득점으로 좋지 않았다. 사실 2~3일 롯데와의 개막 2연전 역시 좋아 보이지 않았다. 6타수 2안타로 타율 0.333 1득점하긴 했다. 그러나 10회말 타구도 고척돔이 아닌 야외 구장이면 2루수에게든 우익수에게든 무난하게 잡힐 타구였다.
홍원기 감독은 푸이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여겼다. 아무래도 처음 상대해보는 투수가 많다.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 역시 푸이그에게 호재일 리 없다. KBO리그에 맞는 루틴을 다시 만들어가면서 메이저리거 시절 좋았던 리듬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주위의 전언에 따르면 푸이그는 자신의 야구에 대해 엄격한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쾌활하고 동료들과도 잘 지내며, 그렇다고 선도 넘지 않는 '모범' 외국인선수의 모습이다. 우려했던 '사고뭉치'의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야구가 잘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여지는 있다.
실제 푸이그는 캠프 기간부터 타격훈련에 너무나도 진지한 타입이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홍원기 감독도 그런 푸이그에게 가볍게 농담 한 마디를 걸며 다가가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쨌든 시즌은 길고, 이제 2경기 치렀을 뿐이다. 행운의 2루타로 결승득점까지 올렸으니, 기분 전환은 확실하게 됐다. 본래 일명 '바가지 안타'가 슬럼프 탈출의 시작이라는 말도 있다. 사실 타구가 너무 잘 맞으면 야수 정면으로 갈 확률이 높다.
푸이그의 다음 상대는 LG다. 키움은 5~7일 홈에서 LG와 홈 3연전을 갖는다. LG 마운드는 질과 양에서 리그 최강이다. 푸이그로선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선발투수 임찬규는 지난달 15일 시범경기서 한 차례 상대해봤던 투수다. 푸이그의 대응능력을 확인해볼 기회다.
[푸이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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