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님, 4점차 되면 함덕주를 준비시키겠습니다."
LG 류지현 감독이 가만히 돌아보면 김광삼 투수코치의 촉이 소름 돋을 수밖에 없다. 5일 고척 키움전이었다. 야시엘 푸이그에게 8회말에 솔로포 한 방을 맞아 5-4, 불안한 1점 리드였다. 그런데 9회초 공격 시작과 직전에 대뜸 자신에게 꺼낸 투수 이름이 함덕주였다.
9회초 공격 시작과 함께 1점차 리드를 잡은 원정 팀이라면, 당연히 마무리투수를 불펜에 대기시킨다. 7회까지 5-3 리드였으니 마무리 고우석이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김광삼 투수코치는 플랜B까지 염두에 뒀다.
혹시 9회초에 타선이 3점 이상 추가해서 9회말에 세이브 상황이 조성되지 않으면, 마무리 고우석이 아닌 함덕주를 투입시키겠다고 류 감독에게 '미리' 보고한 것이었다. 고우석은 2~3일 KIA와의 광주 2연전서 연이어 등판했다. 실제 류 감독이 개막 2연전만큼은 포스트시즌 방식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다고 털어놨다. 고우석은 2일 개막전서 4점 리드에 올라와 1⅓이닝을 투구했다.
투수코치는 투수들을 관리해 감독에게 보고하고, 감독의 지시사항을 투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144경기 장기레이스의 극초반이다. 마무리투수의 3경기 연속 등판을 되도록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9회초 1점 앞선 상황서 4점 리드에 대비해 플랜B까지 준비하겠다고 감독에게 보고하는 투수코치가 몇 명이나 있을까. 보통 그럴 때는 마무리투수만 몸을 풀고, 9회에 갑자기 대량득점 해서 세이브 상황이 성사가 되지 않아도 마무리투수가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LG는 9회초 김현수의 쐐기 우월 스리런포로 8-4로 도망갔다. 김광삼 코치의 촉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류지현 감독도 소름이 돋았다. "(함덕주가)미리 준비가 안 됐으면 등판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닝 들어갈 때 먼저 얘기를 해서 준비를 했기 때문에 등판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우석이 이미 개막 후 나흘간 두 번 나왔는데 화요일까지 나왔다면 그 일주일이 어려울 뻔 했다. 투수코치가 준비를 잘 한 것이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LG는 그날 고우석을 아꼈고, 개막 후 4연승으로 순항 중이다.
하나 더. LG는 9회초 김현수가 4점차로 달아나는 스리런포 이후에도 찬스를 잡았다. 유강남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기 때문. 후속타자는 이상호였다. 이때 류 감독도 머리를 썼다. "그래서 이상호를 잠깐 나가서 만난 것이었다. 모니터를 통해 덕주를 계속 확인했다"라고 했다.
LG로선 실제로 4점차로 벌렸으니 함덕주가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마침 유강남이 2루타로 출루했고, 이상호 타석에서 류 감독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조금 끈 사이 불펜의 함덕주도 몇 개의 공을 더 던졌을 것이다. 류 감독은 "이런 게 팀 아니겠나. 상호도 볼카운트를 끌고 가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LG 류지현 감독과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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