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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검사)이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시도에 대해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권 검사는 8일 오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검수완박 추진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이 본격 논의됐다"며 "일주일 간 당내 간담회 등 일정을 갖고 12일 의총을 열어 당론을 정한다는 일정이 공개됐다"고 운을 뗐다.
권 검사는 "당론 확정 전에 미리 검찰이 외부에 입장을 밝히는 부담을 드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어제 오후 전국 기관장님들께 현상황을 알려드리는 정도의 자료만 전해드렸다"며 "그런데 (전날) 퇴근 무렵 법제사법위원 사·보임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안건조정위가 구성되고, 3분의 2 이상의 의결이 있으면 소위 심사를 마친 것으로 간주된다"며 "현행 국회법상 안건조정위는 총 6명으로 구성되고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 구도다. 이번 사보임으로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권 검사가 말한 무소속 의원 1명은 양향자 의원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전날 기획재정위 소속 양 의원을 법사위로 옮기고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로 보내는 사·보임을 했다. 이 경우 양 의원이 법안에 대해 민주당과 동일한 의견을 가질 경우 4대2 구도가 만들어져 찬성이 3분의 2를 넘기게 된다. 소위 심사가 종료된 뒤 신속히 전체 회의, 본회의 일정이 진행돼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양 의원은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이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하는 이유다.
권 검사는 "지난해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보임이 이런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권 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인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중수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며 "수사권이 집중될 경찰의 비대화는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1개월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별다른 방법도 없이 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검찰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제 '검찰개혁'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며 "이 법안과 심의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첨언했다.
끝으로 "미리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지 못한 실무자로서 드릴 말씀은 아닙니다만, 우리 검찰구성원 모두 관심을 갖고 저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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