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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박승환 기자]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 극초반 DJ 피터스(롯데 자이언츠)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래리 서튼 감독의 "나보다 피터스가 더 낫다"는 평가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딕슨 마차도와 결별했다. 마차도는 유격수로서 롯데이 내야를 탄탄하게 지키는데 큰 힘을 보탰지만, 타격에서의 아쉬움이 분명 있었다. 롯데는 팀 내 파이어볼러 투수들이 증가하면서, 외야로 향하는 타구 비율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했고, 넓어진 사직구장에 가장 어울리는 피터스를 품었다.
피터스는 2m가 넘는 건장한 체격에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를 갖춘 선수다. 수비 능력도 수준급이며, 발도 빠른 편. 하지만 빠른 볼에 대한 컨택 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메이저리그보다 평균 직구 스피드가 떨어지는 KBO리그에서는 피터스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사실 마차도와 이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유격수는 내야의 꽃으로 핵심 수비 위치로 손꼽히는데 당시 롯데 내부에서는 주전 유격수를 맡을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는 방출 선수의 영입과 트레이드를 통해 유격수 자원을 확보했고, 경쟁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마차도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내는 중이다. 그 결과 피터스의 영입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서튼 감독은 2005~2007년 KBO리그에서 뛰었던 자신보다 피터스가 더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2일 "당시 서튼은 피터스와 견주지 못할 정도로 피터스가 좋다. 당시 서튼은 35세로 경험이 많았지만, 지금의 피터스는 어리다. 그러나 운동신경과 재능을 봤을 때 피터스가 더 낫다"고 설명했다.
서튼 감독은 "피터스는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다. KBO리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리그와 투수들에 대한 조언을 준다면, 피터스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받아들이는 태도도 좋아서 기대를 하고 있다"며 "분명 경험이 쌓이면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피터스는 5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1홈런 2타점 1도루 타율 0.235(17타수 4안타)를 기록 중이다. 분명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롯데 선수단 내에서 유일한 홈런을 쏘아 올렸고, 큰 키와 빠른 발을 이용한 수비는 분명 큰 힘이 되고 있다. 방망이로 낸 점수만큼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 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피터스는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2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박대온이 친 타구에 엄청난 캐치를 선보였다. 피터스는 박대온의 타구를 잡기 위해 가운데 담장 앞쪽까지 쫓았고, 큰 키를 이용해 몸을 날리며 타구를 잡아냈다. 타구가 빠졌다면, 동점이 됐을 상황에서 팀을 구했다. 선발 찰리 반즈는 피터스를 향해 "멋진 수비, 땡큐!"라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수비 능력만큼은 의문을 품을 이유가 없을 정도다. 이제 타격에서 재능을 뽐낼 차례다. 서튼 감독은 "피터스의 머리에 데이터가 쌓이면, 한 단계 성숙한 타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응기를 마친 피터스가 어떠한 성적을 거둘까.
[롯데 자이언츠 DJ 피터스. 사진 = 창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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