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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BBNews]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며 미 측에 한국의 간섭 없는 미·북 직접 대화를 요청한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은 미국에 당시 '중재자'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고 나선 문재인 대통령을 "불필요하다"고까지 표현했다.
시사저널은 8일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간 친서 27통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8년 9월 21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우리의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이 불편하다”며 “만일 각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한다면 폼페이오(국무장관)를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평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김정은이 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3차 남북정상회담을 연 지 이틀 뒤였다.
당시 남북 정상은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했고, 함께 백두산에 오르는 등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치인 최초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서 내용을 보면 김정은은 속으로 문 대통령을 ‘성가신 존재’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세번째),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세번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AFPBBNews]
앞서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3자 정상이 만났을 당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20년 회고록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수 차례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은 "일단 판문점 내 관측 초소까지 같이 가서 결정하자"고 요청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전날 밤에 타진했지만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거듭 "나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게 보일 것이다.
김정은과 인사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요청했다. 볼턴 회고록에는 이와 같은 일화가 더욱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이 같은 김정은의 속내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김정은은 ‘하노이 노딜’ 직후인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북한 매체들은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 대가리’ ‘겁먹은 개’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시사저널이 이번에 공개한 친서 내용도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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