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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역시 김광현이다."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무려 2만1005명이라는 관중이 들어찼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최다 관중이었다. 화창한 토요일이었고, '151억원 사나이' 김광현의 공식 복귀전이 잡힌 날이었다. 여기에 SSG가 개막 후 패배를 모르고 질주 중이었고, 상대마저 전국구 최고인기구단 KIA였다. 더구나 정용진 구단주와 허구연 총재까지 현장을 찾았다.
여러모로 김광현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 SSG 김원형 감독조차 "아무리 김광현이라도 이런 분위기는 부담스럽겠다 싶었다. 너무 오랜만에 팬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대투수였다. KBO리그에서 이미 숱한 경험을 쌓았고, 최근 2년간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하며 정신적으로도 더욱 성숙해졌다. 6이닝 동안 1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했다. 투구수는 단 74개였다.
김원형 감독은 사실상 스프링캠프를 치르지 못한 김광현을 배려해 개막과 동시에 선발로테이션에 넣지 않았다. 첫 등판 투구수는 70개였다. 5회를 넘기지 못할 것을 각오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김도영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피칭을 했고, 승리투수를 넘어 퀄리티스타트까지 수립했다.
김광현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와 각종 구종의 효율적인 배합, 메이저리그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빠른 템포의 투구에 KIA 타자들이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SSG 타선마저 일찌감치 터지면서 경기는 2시간35분만에 끝났다.
2시간35분이 지나자, 김원형 감독의 생각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10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첫 단추만 잘 꿰면 잘 던질 것이라고 봤다. 5이닝을 효율적으로 투구수 관리를 하면 80개다. 5이닝 정도 생각했는데 공격적 투구로 6회까지 던졌다. 몸이 정상이면 7회 올라갔을 투구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공을 던진다는 게 대단하다. 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몸을 잘 만들었다"라고 했다.
3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김광현의 폼은 다이내믹하다. 아주 젊었을 때보다 투구 시 왼 다리가 조금 내려가긴 했지만, 30대 중반에 힘이 떨어지고 제구력을 잡기 위해 폼을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하는 투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김광현은 여전히 힘과 기교를 모두 갖고 있다.
김 감독은 "공을 던지는 걸 보니 확실히 나이가 30대 중반이 됐다는 걸 느낀다. 그래도 자신의 공을 다이내믹하게 던진다. 건재하다. 주무기 슬라이더도 좋았고 패스트볼에 스윙도 많이 나왔다. 역시 김광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잘 됐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그날 경기를 떠올리며 "나는 긴장 안 했다"라고 했다. 단지 3년만에 복귀전을 가진 김광현이 혹시 긴장하면 어쩌나 싶어 약간의 우려가 됐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우였다. 정말 김광현은 김광현이었다.
[김광현.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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