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광판은 보지 않는다."
KBO리그가 진행되는 야구장 대부분 전광판을 보면,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소개된 라인업 옆에 타율이 나온다. 오래 전에 지어진 구장의 경우, 전광판은 대부분 중앙담장 너머에 설치돼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타율을 보기 좋은 구조다.
반면 신축구장의 경우 대부분 좌중간이나 우중간에 전광판이 설치돼있다. 물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자신의 타율을 확인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타격을 위해 정면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 구조다.
SSG랜더스필드가 자랑하는 빅보드는 중앙담장 위에 설치돼있다. SSG는 올해 빅보드 라인업 옆에 있는 타율을 OPS로 바꿨다. 지난 8일 KIA와의 홈 개막전부터 선수와 관중은 타자들의 타율 대신 OPS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타자 개개인이 소개될 때는 타율도 볼 수 있다. 전적으로 관중의 편의를 위한 결정이다.
과거 몇몇 타자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정면의 전광판에 자신의 타율이 보이는 것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부진한 타자가 자신의 1~2할대 애버리지를 보고 타석에서 평정심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의도적으로 전광판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타자도 많다.
결국 타격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SSG는 올해 개막 8경기서 팀 타율 0.272, 팀 OPS 0.738로 모두 리그 1위다. 개막 8연승의 결정적 동력이다. 전광판에 타율이 찍히든 OPS가 찍히든 둘 다 1위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SSG 타자들이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을 잘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0.448의 최정, 0.406의 한유섬, 0.375의 최지훈, 0.346의 박성한이 맹활약 중이다. 0.235의 최주환, 0.194의 케빈 크론, 0.182의 이재원, 0.138의 추신수의 부진이 전혀 티 나지 않을 정도의 임팩트를 자랑한다.
SSG는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다. 내부적으로 추신수와 김강민이 은퇴하기 전에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흐름이 감돈다. 다년 계약자들의 SSG에 대한 소속감이 강화됐고, 김광현의 복귀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 자칫 부담을 가질 수도 있지만, SSG 타자들은 시즌 준비를 잘 했다.
박성한은 "전광판을 보고 타격하지 않는다. OPS가 보이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크게 영향은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다. 질 것 같지 않은 팀이 됐다. 투수도 잘 던지고 잘 막고 야수들도 그만큼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김원형 감독도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준비를 잘 했고, 그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공격에선 (박)성한이를 비롯해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지훈이가 개막 이후 외야 전 포지션을 돌아가면서 역할을 잘 해주고 있고 공격에서도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애버리지는 평균이다. 타율은 결국 평균으로 수렴한다. SSG 고타율 타자들은 조정기를 거칠 것이고, 1할대 타자들은 올라오게 돼 있다. 다만, 팀 애버리지가 조금이라도 상승할 여지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지난 1~2년과 달리 팀이 탄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SSG 팬들은 타율이든 OPS든 치솟는 숫자에 즐거워하면 된다.
[SSG 랜더스필드 빅보드(위), SSG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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