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대역행이다.
2022시즌 KBO리그가 역대급 투고타저가 될 조짐이다. 12일까지 리그 타율 0.231, 평균자책점 3.06이다. 2021시즌 리그 타율 0.260, 평균자책점 4.44에 비해 타율과 평균자책점 모두 눈에 띄게 내려갔다.
KBO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의 영향력이 크다. 야구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 존을 철저히 지키면서, 어느 코스든 존이 공 반개 가량 넓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엄청난 차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상황서도 '시대역행'을 하는 타자가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SSG '60억원 외야수' 한유섬이다. 한유섬은 올 시즌을 앞두고 SSG와 5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으로 롱런할 발판을 마련했다.
시즌 출발이 너무나도 좋다. 12일까지 9경기서 36타수 16안타 타율 0.444 2홈런 17타점 7득점 OPS 1.240 득점권타율 0.571. 본래 5~6번을 치던 타자가 최근 들어 4번을 도맡는다. 어느 구단 4번 타자에게도 뒤지지 않을 임팩트를 자랑한다. SSG 개막 9연승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다.
한유섬은 본래 일발장타력과 일정 수준 이상의 출루능력을 갖춘 타자다. 2021시즌에도 외야수 OPS 2위(0.907, 1위 키움 이정후-0.960)였다. 지난 비 시즌에 두산과 115억원 FA 계약을 체결한 김재환(두산, 2021년 OPS 0.883, 외야수 3위)보다도 좋았다.
올 시즌에는 득점권에서 상당히 강하다. 9경기서 17타점을 생산했으니, 144경기에 모두 나서면 단순계산상 280타점에 가까워진다. 물론 수치일 뿐이다. 시즌 중 타격 사이클의 업&다운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2021시즌 95타점을 넘어 커리어하이였던 2018년 115타점을 충분히 넘을 기세다. 타점 2위가 김현수(LG)의 9개이니, 한유섬의 기세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144경기 체제가 갖춰진 2015년부터 타점 리더들을 보면, 2015년 박병호(당시 넥센)가 140경기서 146타점을 생산했다. 2016년에는 최형우(당시 삼성)가 138경기서 144타점을 만들었다. 아직 변수가 많지만, 올해 한유섬이 생애 첫 타점왕은 물론, 7년 전 박병호를 넘어 144경기 체제 한 시즌 최다타점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김원형 감독은 한유섬의 '역대급 타점 행진'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언젠가 이렇게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 "유섬이를 신인 때부터 봤다. 코치할 때 유섬이가 입단해서 2군에 같이 있었다. 그 이후로 유섬이가 한창 자랄 때 나는 다른 팀(롯데, 두산)에 있었다. 워낙 성실하게 훈련을 하는, 이쁜 선수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덩치는 큰데 예의도 바르고 훈련도 열심히 했다. 어른들도 공경할 줄 알고 착한 선수다. 그런 선수면 최고의 선수 아닌가. 실력까지 겸비했다. 올해 주장이 됐다고 책임감 갖고 솔선수범하는 것도 아니다. 유섬이는 원래 그런 선수였다. 4번 타순에 들어가서 잘 하고 있다"라고 했다.
SSG는 이런 한유섬을 FA 1년을 앞두고 5년 60억원에 미리 붙잡았다. 작년 여름부터 준비한 비 FA 다년계약이다. SSG는 한유섬의 시대역행을 미리 예상했던 것일까. 어쨌든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유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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