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회에 못 올라가서 불펜 투수들에게 미안한 만큼…"
SSG의 비 시즌 '꿀 영입'은 '151억원 사나이' 김광현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SSG가 비 시즌에 영입했던 선수가 김광현만 있는 건 아니다. 방출자 시장에서 투수 노경은과 고효준, 내야수 김재현도 데려왔다.
특히 38세 베테랑 우완 노경은의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시범경기 4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3.68로 심상치 않더니 정규시즌 초반 2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82다. 어지간한 팀의 1~2선발 이상의 임팩트다.
노경은은 2021시즌을 끝으로 롯데와의 5년 동행을 마쳤다. 2019년에는 계약을 맺지 못하고 1년 쉬어가기도 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두산 시절에도 은퇴 파동 끝에 롯데로 트레이드 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투수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고, 어느덧 만 38세에 이르렀다.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채식도 시도했고, 너클볼을 연마하기도 하는 등 그 누구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베테랑도 준비와 연구를 잘 하면, 어느 팀에서도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SSG는 오프시즌 막판까지 김광현 재영입을 확신하지 못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6월은 돼야 1군에 올라오고, 그마저도 어떤 활약을 펼칠지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시즌 초반을 버텨줄 투수가 필요했다. 그 투수가 노경은이다. 불펜 경험도 풍부한 만큼 후반기에 마운드에 여유가 생기면 다양한 역할을 맡길 수 있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그런데 SSG 내부적으로도 노경은이 이렇게 초반에 잘 해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단연 눈에 띄는 모습으로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김광현이 로테이션에 들어오자 나간 투수는 노경은이 아닌 이태양이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박종훈과 문승원이 복귀 후 안정적이지 못할 경우 노경은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원형 감독은 "경은이에게 항상 그런다. 6~7이닝까지 던질 생각을 하지 말고 90구 정도를 베스트로 던져달라고 했다. 물론 투구수 관리만 되면 6이닝도 던질 수 있다"라고 했다. 3일 창원 NC전서 이미 6이닝을 소화했다. 10일 인천 KIA전서는 5이닝을 소화했다. 두 경기 합계 151구를 던지며 만만치 않은 스태미너를 보여줬다.
정작 노경은은 겸손하다. 그리고 동료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했다. 10일 KIA전 직후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경기 전에 (이)재원이가 자기만 믿고 따라와달라고 해서 재원이만 믿고 따라갔다. 재원이가 항상 공부도 많이 하고 전력분석에 노력을 많이 쏟는데, 타자들 성향에 맞게 잘 리드해준 덕에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라고 했다.
또한, 노경은은 "타선이 시원하게 터져줘서 게임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6회에 못 올라가서 불펜투수들에게 미안한 만큼, 다음 경기에 더 집중해서 많은 이닝을 던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앞으로 노경은이 페이스가 떨어질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SSG 마운드에 좋은 베테랑이 들어온 건 분명해 보인다. 혹시 롯데가 이런 노경은의 활약을 보면 어떤 심정일까. 롯데는 대대적인 마운드 리빌딩이 필요했고, 노경은과 결별했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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