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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저때는 그런 목표를…"
최근 KBO리그에 대기록 하나가 달성됐다. KIA '103억원 대투수' 양현종의 최연소 2000이닝이다. 양현종은 14일 광주 롯데전서 6이닝을 소화하면서 개인통산 2004이닝을 마크했다. 만34세 1개월13일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2006년 정민철 한화 단장의 만 34세 2개월9일을 약 1개월 앞당긴, 역대 최연소 2000이닝 돌파였다. 양현종 뒤로 장원준(두산, 1942이닝)이 있지만, 현재 전력에 없고 노쇠화가 뚜렷하다. 당분간 양현종이 독보적인 현역 최다이닝 1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 앞에 6명의 레전드가 버티고 있다. 송진우(3003이닝), 정민철(2394⅔이닝), 이강철(2204⅔이닝), 김원형(2171이닝), 배영수(2167⅔이닝), 한용덕(2079⅓이닝). 몸 관리를 잘 하는 양현종이 40대까지 현역으로 뛰면 3000이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종의 도전을 받게 된 SSG 김원형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김 감독은 정황상 2023시즌 정도에 양현종에게 추월 당할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도 "우리나라에서 2000이닝을 던진다는 건 꾸준하게 자기관리를 통해 선수생활을 하고 실력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은 높게 사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후 김 감독이 이어간 '라떼 토크'가 더욱 와 닿았다. 김 감독은 "저때는 그런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다. 100승이라는 기준을 세워본 적은 있어도, 2000이닝? 선배들도 그런 목표를 세우고 선수생활을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1991년 고졸신인으로 입단해 2010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KBO리그에 1990년대부터 서서히 투수 보직의 분업화가 자리매김하긴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체계적인 몸 관리, 휴식 및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하지 않은 시기였다. 개개인의 경쟁력을 트레킹 데이터로 관리하고, 스포츠 사이언스가 트레이닝 파트에도 깊숙하게 자리잡은 시대다. 90년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90년대만 해도 '혹사'라는 말조차 '팀'을 위해 암묵적으로 묵살되곤 했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이닝에 대한 생각을 가지면서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선수들이 기록을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요즘 현역 투수들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했음에도 2171이닝이나 던진 김 감독이 지금 투수들보다 더 대단하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은 2005년에 171⅔이닝을 던진 게 한 시즌 최다이닝이었다. 대신 꾸준히 150이닝 내외를 소화해왔다. 과거 타구에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 큰 부상을 당한 적도 있었지만, 단 한 시즌도 건너 뛴 적은 없었다. 꾸준히, 많이, 잘 던진 134승 레전드다.
[김원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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