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마치 박병호를 보는 듯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타자는 천천히 1루 베이스로 걸어가며 홈런 타구를 감상했다. 타구가 넘어가는 걸 확인한 뒤 빠르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루키 박찬혁(19)은 레그킥과 테이크백 동작을 거의 하지 않고도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타격폼이 간결해 빠른 공에 대한 대처가 좋고, 변화구에도 잘 속지 않는다. 몸 쪽 공에는 박병호를 연상시키는 몸통 스윙을 하기도 한다. 장타력도 갖췄고 발도 느리지 않다. '제2의 박병호'라 불릴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키움 박찬혁이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타고난 파워와 손목 힘으로 잠실벌을 가로지르는 대형 홈런을 기록했다.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찬혁이 두산의 바뀐 투수 최승용의 4구째 143km 직구를 잡아당겨 잠실구장 좌측 파울 폴대 상단을 때리는 대형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2호째다.
박찬혁은 북일고 시절부터 일찌감치 고교 선수 이상의 파워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만수 홈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고교 야구를 평정하던 타자들이 프로에 와서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까지 박찬혁은 달라 보인다. 나무배트는 알루미늄 배트와는 달리 배트 끝부분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어 단순히 힘이 세다고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손목 힘 없이는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박찬혁은 타고난 파워와 손목 힘으로 잠실야구장 좌측 파울 폴대를 맞히는 비거리 116.7m 홈런을 쏘아 올렸다. 벼락같은 스윙으로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을 때 키움은 박찬혁이 슬러거 유형의 선수로 박병호 같은 프랜차이즈 선수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0.143에 그치며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키움 홍원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KIA 김도영에게 가려져서 스포트라이트는 덜 받는데, 이런 상황에서 편하게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개막전부터 1루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시켰다. 그리고 개막전부터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박찬혁은 신인이지만 홍원기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12경기 전 경기 출전하고 있다.
팀의 간판인 이정후도 "신인왕 1순위는 박찬혁이다"라며 인정했다. "박찬혁이 하는 것을 보면 신인답지 않다. 두려움이 없고 멘탈이 너무 좋다"라며 "지금 페이스라면 홈런 20개도 가능할 것 같다"면서 "박병호 선배의 뒤를 잇는 파워 넘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박찬혁은 이정후의 소개로 박병호와 영상통화를 한 적이 있다. 박병호는 "지금 잘하고 있으니 삼진 먹는 거 두려워하지 말고 대차게 돌려라"라며 루키 박찬혁을 응원했다. 박찬혁은 홈런왕의 조언대로 거침없이 배트를 돌리며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더 무서운 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잠실야구장 좌측 폴대 상단을 맞추는 대형 홈런을 기록한 키움 신인 박찬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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