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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키움 히어로즈 윤정현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탄탄한 투구를 펼쳤다.
윤정현은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았지만,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윤정현은 KBO리그 복귀를 마음먹었고, 트라이아웃과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키움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날은 윤정현에게 매우 뜻깊은 하루였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28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던 윤정현은 지난 2019년 KBO리그에 발을 들인 후 4년 만에 첫 승을 손에 넣는 감격을 맛봤다. 롯데의 지명을 거부한 것까지 포함하면 11년 만에 거둔 KBO리그 첫 승이었다.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탄탄한 투구를 펼쳤다. 윤정현은 선발 최원태가 3⅔이닝 만에 강판된 4회말 2사 1, 2루에 등판했다. 윤정현은 첫 타자 김인태를 상대로 땅볼 유도에 성공했고, 유격수 김주형의 호수비 도움을 받아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5회초 타선이 대폭발하며 키움이 6-2로 역전에 성공했고, 윤정현은 5회말 1사 1, 3루의 실점 위기를 극복하고 이닝을 매듭지으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키움은 김준형(1이닝)-이승호(1이닝)-김재웅(1이닝)-하영민(1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고, 마침내 윤정현의 첫 승이 탄생했다.
첫 승을 거둔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자리를 가진 윤정현은 "(인터뷰가) 많이 긴장이 된다"고 말 문을 열며 "무조건 이겨야 한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1승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윤정현은 KBO리그로 복귀를 선택했을 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해외 유턴파'로는 이대은, 이학주(롯데), 하재훈(SSG 랜더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섭섭하지는 않았을까. 그는 "일찍 주목을 받는 것보다 오래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당시 나는 유명하지 않았다. 형들보다는 더 오래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첫 승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을까. 윤정현은 "미국에 있을 때는 해외 진출을 후회했는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얻은 것도 많기에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KBO리그) 1~2년 차에 '1승이 어렵구나'라는 것을 많이 깨달았다"며 첫 승을 거뒀고, 가장 떠오른 사람을 묻자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윤정현의 등에는 '99번'이 새겨져 있다. 바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의 등번호다. 그는 "아직 등번호가 많이 무겁다. 팀에서 99번을 정해서 주셨다.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늦게 온 만큼 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4년간 보여준 것이 없다. 캠프에서 많은 준비를 했다. 올해 목표는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다 던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윤정현이 올 시즌 KBO리그에서 기량이 만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키움 히어로즈 윤정현. 사진 = AFPBBNEWS]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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