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끝내기안타도 쳐봤지만, 사실 대단히 극적인 안타는 없었다."
키움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에게 데뷔 후 터트린 2000개의 안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방을 꼽아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이용규는 취재진의 '현웃'을 유발하는 코멘트를 날렸다. "사실 대단히 극적인 안타는 없었다."
KBO리그 40년 역사상 15명만 갖고 있는 대기록. 안타를 너무 많이 쳐서일까. 이용규는 "모든 안타가 굉장히 소중하다. 안타 하나, 하나가 모아져서 2000안타를 친 것이다. 어느 하나를 짚어서 말하긴 그렇다"라고 했다.
이용규가 프로생활 19년간 터트린 안타 중 기억에 나는 안타가 없다기보다, 오히려 가슴에 남아있는 가장 강렬한 한 방이 국가대표팀을 입은 순간에 나왔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용규는 14년 전 한 방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2루타다. 국가대항전도 많이 나가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가장 짜릿했던 안타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극적인 안타를 친 적이 없다. 난해하다"라고 했다. 웃음을 유발했지만, 그게 이용규의 진심이다.
2008년 8월23일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베이징우커송야구장. 한국은 쿠바와 결승서 만났다. 에이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역투했다. 쿠바 선발투수 노베르토 곤잘레스도 잘 던졌다. 그날 이용규는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이 6회까지 2-1로 앞섰다. 그리고 7회초에 귀중한 장면이 나온다. 2사 후 박진만의 안타와 이종욱의 볼넷으로 1,2루 찬스. 이용규가 우선상에 깊숙한 타구를 날린다. 2루 주자 박진만을 여유 있게 불러들였다. 발 빠른 이종욱도 홈에 들어올 정도의 타구였지만, 3루에 멈추면서 1타점 2루타.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한국은 7회말에 1점을 내줬고, 9회말 1사 만루 위기서 마무리 정대현이 더블플레이를 유도하면서 3-2 승리, 9전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달성한다. 사람들은 정대현의 위기 극복 순간을 가장 많이 기억하지만, 돌아보면 이용규의 달아나는 1타점 2루타의 가치는 컸다.
이렇듯 이용규는 중요한 순간, 중요한 경기서 잘했던 타자다. 키움은 이런 이용규와 뒤늦게 한식구가 됐다. 올 시즌 키움은 하위권 전망을 비웃듯 초반 잘 나간다. 이용규는 통산 200안타 고지에 이르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여전히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용규가 키움에서 14년 전 한 방 이상의 묵직한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키움도 올 가을에는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베이징올림픽 결승 당시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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