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세상에 후배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출전 기회를 양보하는 선배가 얼마나 있을까.
지난 해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면서 KT 위즈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캡틴' 박경수(38)는 오직 팀의 미래만 생각하고 있다.
박경수는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이강철 감독에게 "오윤석이 잘 치고 있다. 나 대신 선발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요청했고 이강철 감독도 이를 받아들여 오윤석을 7번타자 2루수로 내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박경수는 왜 자신의 출전을 양보하면서까지 후배에게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을까.
박경수는 "(오)윤석이가 겨울 내내 정말 준비를 잘 했다. 시범경기에서도 좋았다. 나 또한 윤석이의 위치에 있었던 적이 있다. 감이 좋을 때 경기를 나가야 실패를 하더라도 얻는 것이 있다"라면서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 윤석이가 만약 그때 나가지 않았다면 자신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 또 감독님은 말씀을 드리면 잘 받아주신다. 윤석이가 나가는 것이 맞았다. 누가 봐도 납득이 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KT도 '포스트 박경수'를 찾아야 하는 시기인 것은 맞다. KT가 1군에서 첫 선을 보인 2015년부터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수원 거포'로 떠올랐던 박경수는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노장이 됐다. 박경수도 하루 빨리 자신의 후계자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누군가가 빨리 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박경수.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후계자는 바로 오윤석이다.
박경수는 오윤석의 롯데 시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윤석이가 롯데에 있을 때도 매력 있는 선수라 생각했다. 사이클링 히트도 쳤다. 펀치력도 있고 컨택트 능력도 있다고 봤다"는 것이 박경수의 기억이다.
마침 수원 KT위즈파크 라커룸에서도 서로 자리가 붙어 있어 박경수는 오윤석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경수는 "아직 윤석이가 불안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매 경기 정말 잘 하고 싶은데 결과가 안 나오면 위축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보다 팀을 위하는 마음이야말로 주장으로서 가장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 박경수는 21일 잠실 LG전에서 2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주중 3연전 스윕을 이끌었다. KT는 시즌 첫 3연승을 거두면서 초반 부진을 딛고 다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박경수는 "내가 주장 역할을 잘 하지 못해서 팀이 좋지 못했다"고 자책하면서 "다같이 어우러져서 이기니까 기쁨이 배가되는 것 같다. 다들 열심히 하는데 잘 풀리지 않아서 속상해 하는 선수들도 많다. 이번 3연전을 계기로 작년처럼 연승도 오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또 팀을 먼저 생각했다.
[박경수(왼쪽)와 오윤석.(첫 번째 사진) 박경수가 21일 잠실 LG전에서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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