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박해민이 오랜만에 박해민 다운 야구를 했다.
마음을 비우고 타격에 임하는 자세를 '무심타법'이라고 한다. LG 박해민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고 유연한 스윙으로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박해민은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LG 박해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17경기에서 타율 0.159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너무 안 풀리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삼진도 늘어났다. 삼성 시절부터 슬로우스타터이긴 했지만 FA 이적 첫 시즌이다 보니 처음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부진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박해민은 잡념을 버리고 '될 대로 돼라'라는 식으로 타석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름 바 '무심타법'으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린 것이다.
야구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어야 자신의 기량을 100% 펼칠 수 있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박해민은 이날 11경기 만에 1번 타자로 돌아왔다. 박해민에게 1번 타자는 가장 편하게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타순이다. 하지만 올 시즌 박해민은 타율도 낮았지만 출루율 또한 0.254로 낮았다. LG가 1번 타자로 출전시키기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LG는 '출루왕' 홍창기가 있었기 때문에 박해민의 1번 타자 기용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은 다르게 생각했다. "박해민은 1번이 가장 어울리는 자리다. 익숙한 타선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이 좋을거 같다. 홍창기는 어느 타순에 놔도 자기 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다."라며 박해민의 1번 타자 기용 이유를 설명했고 적중했다.
1번 타자 박해민은 확실히 달랐다. 1회 시작하자마자 두산 이영하의 3구째 134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1루에서 리드폭을 늘리며 투수가 타자와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고 견제 실책을 만들어냈다. 박해민은 공이 빠진 틈을 타 2루 베이스를 밟았고 오지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발 빠른 1번 타자가 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모습이었다.
3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이영하의 초구 146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박해민의 말대로 타석에서 생각을 비우고 가볍게 스윙을 했고 성공했다.
6회 2사 2루서는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공을 끝까지 보며 카운트 싸움을 했고 이영하의 6구째 131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서건창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을 보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오랜만에 보는 박해민의 미소였다.
경기 후 류지현 감독도 "박해민이 1번 타자로서 100% 이상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공격 흐름을 잘 이끌어준 게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1번 타자라는 '맞는 옷'을 입은 박해민이 한 경기에서 3안타 이상을 때린 건 올 시즌 처음이다. 멀티히트도 지난 16일 한화 전 이후 5경기만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은 박해민이 마음을 비운 '무심타법'으로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1번 박해민-3번 홍창기'로 이어지는 새 라인업이 성공하면서 당분간 이 타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첫 3안타 경기를 펼친 LG 박해민.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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