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분명 지금 한화는 '빨간불'이 켜진 것이 맞다. 순식간에 외국인 원투펀치와 마무리투수가 한꺼번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당장 선발투수로 나갈 자원도 마땅치 않아 트레이드까지 감행했다.
그런데 막상 한화의 경기력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을 2승 1패로 위닝시리즈를 거둔 한화는 1위 SSG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면서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올해 단 한번도 연패가 없었던 SSG에게 처음으로 연패를 안긴 팀이 바로 한화다.
이미 7승 12패로 최하위의 늪에서는 탈출했고 삼성과 공동 8위를 형성하며 중위권 도약도 노릴 수 있는 입장이 됐다. 5위 롯데와는 3.5경기, 공동 6위 KIA, KT와는 1.5경기차로 격차를 좁혔다.
무엇보다 한화가 개막 6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행보가 아닐 수 없다. 6연패 이후에는 7승 6패로 5할대 승률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 20일 정우람과 라이언 카펜터를, 22일 닉 킹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사실상 진짜 부상자는 킹험 1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킹험은 오른쪽 전완부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병원 검진에서 상완근 염좌 진단을 받아 앞으로 2주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재활 돌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킹험과 달리 정우람과 카펜터는 100%의 몸 상태를 위한 과정이라 보면 된다. 정우람은 왼쪽 어깨에 통증이 있고 카펜터는 왼쪽 팔꿈치에 뻐근함을 느끼는 정도다. 한화 관계자는 "카펜터는 등판을 1~2번 정도 쉬면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정우람은 병원도 가지 않았다. 부상까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당장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들이지만 이들의 완벽한 회복이 먼저라고 판단, 잠시 이들과 '이별'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정우람과 카펜터가 전력에서 이탈할 때만 해도 큰 위기감이 고조되지는 않았지만 킹험까지 빠지면서 당장 선발투수를 '급구'해야 했고 결국 정민철 단장이 나서 트레이드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한화는 23일 KIA와 트레이드를 통해 우완 선발 요원인 이민우와 외야수 이진영을 받아들이면서 우완 유망주 김도현(개명 전 김이환)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당장 이민우와 이진영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전력에 생긴 공백을 빠르게 메운 프런트의 움직임은 기민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지난 해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아직 리빌딩이 끝나지 않았다. 올해도 '윈나우'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패배 의식을 걷어내야 지속적으로 강팀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조금씩 분위기를 바꾸고 있는 한화는 SSG에 연승 행진을 펼치면서 시즌 첫 3연승을 질주했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통산 90승을 거둔 이반 노바에게 9득점을 폭발하면서 한층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어느덧 3할대 타율(.308)로 올라선 노시환이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김태연과 하주석의 멀티히트, 그리고 최재훈의 사사구 3개 등 고무적인 움직임이 많았다. 선발투수진의 공백으로 갑작스럽게 1군에 올라온 남지민도 3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선방했고 신정락이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것은 하이라이트에 가까웠다.
물론 아직 들뜨기는 이르다. 하지만 한화가 '이 없으면 잇몸으로'를 실현한다면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들까지 돌아왔을 때는 진짜 리그의 다크호스 역할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시환이 홈런을 터뜨린 후 덕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트레이드로 한화에 합류한 이진영(왼쪽)과 이민우.(두 번째 사진)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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