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나 하나 남은 것까지 자기가 가져간다고?"
KIA '103억원 대투수' 양현종이 KBO리그 투수 역사를 하나, 둘 바꿔갈 채비를 마쳤다. 통산 2000이닝(2017⅔이닝)에 역대 7번째로 돌파했다. 계약기간(4년)에 역대 1위 송진우 독립리그 스코어본 전 감독(3003이닝)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148승으로 다승 통산 4위다. 탈삼진도 1702개로 통산 3위. 이 부문 역시 210승과 2048탈삼진의 송 전 감독이 역대 1위. 양현종이 4년간 꾸준히 활약을 펼치면 다승과 탈삼진도 송 전 감독과의 격차를 최소화하거나 넘어설 수 있다.
타이거즈 기록도 흥미롭다. 현재 대부분 타이거즈 투수 누적 기록은 이강철 KT 감독이 갖고 있다. 이 감독의 기록은 양현종에 의해 깨질 가능성이 크다. 152승(역대 3위, 타이거즈 1위), 2204⅔이닝(역대 3위, 타이거즈 1위), 1751탈삼진(역대 2위, 타이거즈 1위) 중 다승(4승 차)과 탈삼진(49개 차)은 당장 1~2개월 내외로 순위가 바뀐다고 봐야 한다.
이 감독의 위대함과 꾸준함을 상징하는 진기록은 따로 있다. 1989년 입단 첫 시즌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15승, 16승, 15승, 18승, 10승, 12승, 10승, 10승, 11승, 15승)를 따냈다. KBO리그 최장기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
정말 쉽지 않은 기록이다. 10년간 꾸준히 기량, 구위, 건강을 입증해야 한다. 정글과도 같은 프로의 현실, 어깨와 팔꿈치에 부하가 걸리지 않을 수 없는 투수의 숙명을 감안할 때, 이 감독의 위대함이 드러나는 진정한 기록이다.
최근에는 장원준(두산)이 롯데 시절이던 2008년부터 2017년까지(2012~2013년 제외)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챙겼다. 그러나 장원준은 이후 급격히 에이징커브를 그리며 선발투수로서의 가치가 거의 사라졌다.
양현종이 이 기록에 도전 중이다. 2014년 16승을 시작으로 2020시즌까지 15승, 10승, 20승, 13승, 16승, 11승을 각각 기록했다. 26일 수원 KT전서 이 감독이 보는 앞에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2021시즌은 미국에 있었고, 올해 8년 연속 10승에 성공하면 장원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레전드 송 전 감독조차 연속 두자릿 수 승수는 4년(1999~2002년)이 최다였다.
이강철 감독은 양현종이 자신의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한다고 하자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나가면 될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건 부상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능력을 갖췄고, 꾸준하게 나가면 10승은 할 수 있는 투수다. 구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나이가 좀 있으니까"라고 했다.
이 감독은 23세 신인 시절부터 32세 시즌까지 달성했다. 양현종은 이미 만 34세다. 이 감독은 "나도 32살까지 하고 기록이 끊겼는데, 현종이는 대단한 것이다. 투수로서 다 갖췄으니까"라고 했다. 그러더니 웃으며 "나 하나 남은 것까지 자기가 가져간다고?"라고 했다.
양현종이 자신의 타이거즈 최다승, 최다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깨는 게 시간 문제인데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까지 가져가려고 한다는 질투 반, 농담 반의 발언이었다. 이 감독은 "내 것 다 뺏기겠다. 10년 연속 기록도 가져가면 200탈삼진도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결정적 변수를 꼽았다. 승운이다. 투수의 승리는 투수만 잘 던져서 성립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양현종도 올 시즌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이게 10년 연속 10승의 마지막 관문일지도 모른다. 이 감독은 "나도 아홉수에 많이 걸려봤다. 승운도 따라야 한다"라고 했다.
[양현종(위, 가운데), 양현종과 이강철 감독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모습(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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