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분명 "한국 최고의 투수"라는 극찬을 받았는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26일) 키움 선발투수로 등판한 안우진(23)을 극찬했다.
안우진은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으며 2실점으로 호투했다. 6회말 노시환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기 전까지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을 만큼 위력적인 투구를 자랑했다. 타선 지원이 활발했다면 승리를 챙겼겠지만 안우진은 2-2 동점 상황에서 물러나 승패와 무관했다.
안우진은 이 경기에서 최고 구속 159km를 찍었고 150km대 강속구를 수차례 던지는 한편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 또한 위력을 발휘하면서 개인 한 경기 최다인 탈삼진 11개를 솎아냈다.
적장도 감탄할 만큼 인상적인 투구였다. 수베로 감독은 안우진을 두고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표현했다. 한화는 6회말 안우진을 상대로 2-2 동점을 이룬 뒤 안우진이 물러난 7회말 임종찬의 적시타로 3-2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5-2로 역전승을 가져갔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역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역전까지 했다"고 한화 선수들을 추켜 세우는 한편 안우진을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표현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왜 그를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평가했을까. "좋은 구위가 있는 것은 확실하고 직구와 변화구도 커맨드가 잡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수베로 감독은 2회말 안우진이 김태연에 150km 직구를 던졌다 파울 홈런을 맞고도 당당히 158km 직구를 던지는 모습에 대해 "김태연이 안우진의 직구를 받아쳐서 파울 홈런을 만들었다. '다음에 뭐 던지는지 보자'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직구를 던졌다. 굉장히 좋은 선수이고 장래가 밝은 선수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적장으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라 극찬을 받은 선수는 국가대표로 뽑힐 수 없는 애처로운 운명에 처했다.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하면서 2017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는 3년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이 영구 박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테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같은 대회에서 뛸 수 없다.
당장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펼쳐지고 대표팀 또한 안우진 같은 강속구를 가진 에이스가 필요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애초 안우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실력은 국내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했으나 과거의 흔적은 아직 지울 수 없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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