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악마의 재능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겨냥한다.
4월 한 달간 화제성, 신선함 측면에서 가장 임팩트가 컸던 투수는 단연 안우진(23, 키움)이다. 3승에 평균자책점 1.76의 박세웅(롯데), 2승2패에 평균자책점 1.84의 최원준(두산), 1승3패에 그쳤으나 평균자책점 2.12의 고영표(KT), 2.30의 곽빈(두산)이 표면적으로 내실이 좀 더 좋았다.
하지만, 안우진에겐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158km와 탈삼진 본능이 있다. 잠재력 측면에선 KBO리그 탑클래스라는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21시즌을 기점으로 잠재력이 조금씩 터졌다. 여전히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6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43. WHIP 1.14에 피안타율 0.197. 예전보다 크게 좋아졌지만, 아직도 경기 중 제구 기복이 있다. 1일 고척 KT전이 그랬다. 5회까지 113구나 뿌려야 했다. 그러나 113구째에 패스트볼 156km을 찍으며 힘으로 김준태를 압도했다.
여기에 서로 반대 궤적을 그리는 두 종류의 슬라이더와 커브의 완성도가 2021시즌부터 부쩍 좋아졌다.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도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빠른 공과 변화구의 구속 차만 보통 10~20km다. 데뷔 초반과 달리 제구와 커맨드가 안정되면서 '언터처블'로 진화했다. 전임 감독의 조언 속에 공을 잡는 위치를 옆구리 옆으로 조정, 팔 스윙폭을 줄여 어깨 및 팔꿈치 부상 확률을 낮추면서 투구 밸런스도 잡았다. 결국 탈삼진 능력이 향상됐다.
6경기서 37이닝 동안 49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리그 1위. 4월26일 대전 한화전서는 6이닝 동안 무려 11탈삼진을 잡았다. 9이닝당 탈삼진(11.92개), 삼진/볼넷(3.06) 모두 커리어하이. 지난해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을 기록한 아리엘 미란다(두산)의 9이닝당 탈삼진은 11.51개였다. 안우진이 지금 페이스를 시즌 막판까지 유지하면 2021년 미란다를 넘어선다.
안우진은 고흥 스프링캠프서 풀타임 선발을 얘기했다. 한 시즌 가장 많이 던진 이닝이 작년 107⅔이닝이었다. 거의 매년 부상도 있었고, 작년에는 코로나19 술판 파동으로 공백기도 있었다. 1년 동안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낼 것인지 궁금해하는 시선이 많다.
결국 안우진의 158km 강속구와 탈삼진 능력이 국제대회와 해외에서 어느 정도 통할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일단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는 갈 수 없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 가담으로 대한야구소프츠볼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영구 자격 정지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3월로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얘기가 다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고, 각국 프로야구 사무국이 협력하는 대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무관한 대회다. 안우진의 WBC 출전은 표면적으로 가능하다.
여전히 과거 학폭가담 탓에 안우진을 향한 거부감을 보이는 팬도 많다. 그러나 올 시즌 커리어하이를 찍고 잠재력을 폭발한다면 내년 WBC에 굳이 데리고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WBC서 안우진의 장점이 각국 메이저리거 타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 궁금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야구에선 157~158km을 뿌리는 투수가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후 1개월이 흘렀을 뿐이다. 안우진은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다. 4월의 퍼포먼스를 꾸준히 유지할 것인지부터 지켜봐야 한다. 아시안게임도 치르지 않은 상황서 내년 WBC를 언급하는 게 이른 측면도 있다.
그러나 WBC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한국야구의 가장 큰 숙제가 포스트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을 찾는 것이다. 안우진이 적어도 올 시즌 내내 KBO리그를 호령한다면, 그 다음 스텝을 밟을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158km 투수를 국내 무대로만 제한하는 건 가혹하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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