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야구는 어렵다.
젊은 선수가 무조건 1군에서 기회를 잡는 건 아니다. 유니크해야 하며, 잠재력이 풍부해야 하고, 장점이 확실해야 한다. 김경문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NC 시절 나성범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시킨 건 타자로 대성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확신은 나성범의 남다른 잠재력에서 나왔다. 운동능력이 좋았고, 유연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나성범은 김 전 감독의 기대대로 타자로 쑥쑥 성장했다. 데뷔 2년차이던 2014시즌에 타율 0.329 30홈런 101타점을 찍었다. 이후 2019년 불의의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제외하면 매년 리그 최상위급 성적을 냈다.
그러나 나성범도 재능만으로 달려온 건 아니다. 타자로 성공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3할과 2~30홈런이 동시에 보장 되는 타자는 절대 그냥 탄생하지 않는다. 지난 겨울 KIA로부터 6년 150억원 FA 계약을 따낸 건 NC 시절 노력과 성공에 대한 보상이었다.
지금도 아마추어 무대에는 제2의 나성범이라고 불리는 유망주들이 있다. 심지어 2017년에 입단한 왼손타자 김석환의 별명은 무려 '제2의 이승엽'이다. 이승엽과 타격폼이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박흥식 전 2군 감독이 직접 꺼낸 얘기였다.
김종국 감독은 김석환의 잠재력을 확인하자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주전 좌익수로 꾸준히 기용했다. 물론 너무 감이 좋지 않을 때 좌투수가 나오면 선발라인업에서 빼긴 했다.
그래도 김석환이 최형우와 나성범을 잇는 타이거즈 대표 좌타자 거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컸다. 그런 김석환을 2일 1군에서 빼는 결단을 내렸다. 20경기서 55타수 9안타 타율 0.164 1홈런 3타점 10득점 OPS 0.528 득점권타율 0.143.
1군에서 붙박이로 뛰기에 부족한 성적이다. 2017년 입단 후 작년까지 1군에서 6경기만 뛴 김석환에겐 또 다시 시련이 시작된 셈이다. 김 감독의 의중은 명확하지 않지만, 이 시점에서 김석환에게 분위기 전환을 시켜주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1군 주전타자 한 명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이정후(키움), 강백호(KT)처럼 데뷔하자마자 1군에서 대폭발하며 자리매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사람은 정말 슈퍼루키였다. 나성범도 빠르게 정착한 편이었다. 대부분 1군과 2군을 오가며 시행착오와 수정을 반복한 끝에 어렵게 1군 주전으로 자리 잡는다. 김석환은 여전히 그 과정 속에 있다.
감독이 1군 경험이 없는 저연타 타자에게 1군에서 믿고 기회를 주는 건 중요하다. 선수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도록 판을 깔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고 장점이 많으면 그 시간은 길어진다. 반대의 경우 경쟁자에게 기회를 넘겨줄 가능성이 커진다.
김석환은 거포로 성장할 재능과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단 1군 투수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발 물러섰다. 야구는 역시 어렵다. KIA가 거포 한 명을 만들어내는 게 그냥 되지 않는다. 최형우와 나성범은 그냥 탄생한 게 아니었다. 김석환은 2군에서 결과 이상으로 진일보한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 1군 복귀 시점은 알 수 없다.
[김석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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