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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온라인 교민 커뮤니티 '마이 말레이시아'에 올라온 A씨의 항공권 판매 게시글. 카페 운영진이던 A씨는 2020년부터 회원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해오다 최근 티켓과 환불 금액을 주지 않고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항공권을 시세보다 싸게 판매한다며 수억원을 받아 챙긴 뒤 잠적한 여행사 관계자를 경찰이 쫓고 있다. 코로나19 입국자 자가격리 기준 완화로 모처럼 고국을 방문하려던 말레이시아 교민 200여명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서울 금천경찰서는 온라인 교민 커뮤니티에 항공권을 저렴하게 발권해 준다는 광고를 올린 후 항공료를 가로챈 혐의로 현지 여행사 관계자 A씨와 한국에서 입금을 도운 B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에 나섰다고 3일 밝혔다.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인 이모(42)씨는 딸과 함께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A씨에게 왕복 항공권 구매를 의뢰했다. B씨의 한국 계좌로 발권비를 송금했다. 이씨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지침이 최근 해제되면서 28개월 만에 한국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그가 A씨를 창구로 택한 건 1인당 티켓 값이 온라인 최저가보다 10만원가량 쌌기 때문이다. A씨는 8만명 이상의 회원을 둔 온라인 카페 운영진이었고, 2020년부터는 여행 프로그램 예약과 항공권 대리 발권 일을 해 왔다. 카페는 해당 여행사를 ‘카페 후원업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항공료를 입금한 뒤에도 출국 당일인 지난달 27일까지 항공권은 오지 않았다. A씨는 코로나19 검사 핑계를 댔다. 이씨가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티겟을 달라”고 하자, A씨는 “음성이 나온 이들에게 더 싸게 판매하는 상품이 있다. 기존 티켓을 취소하고 새로 발권해야 하니 추가 입금을 하라”고 안내했다. 기존 항공권 취소와 환불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이씨는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돈을 보냈지만, 결국 A씨에게 받은 건 한국행 편도 티켓뿐이었다. 이후 연락은 두절됐다. 피해액은 330여만원에 달했다. 한국에 들어온 이씨는 지난 2일 A씨를 고소했다.
피해는 이씨로 그치지 않았다. 카카오톡의 피해자 단체채팅방에만 200여명이 모였다. 피해자들 취합으로는 177명이 6억2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에는 피해 사례가 계속 올라오는 중이다.
피해자들은 금천경찰서 외에도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경기도 분당경찰서, 과천경찰서 및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 등에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특정을 위해 계좌 정보 등을 확인하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씨는 3일 오후 뒤늦게 카페에 글을 올려 “처음부터 사기를 칠 생각은 없었지만, 큰 돈이 오가면서 항공료에 손을 대 사적인 곳에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환불을 해드렸지만 이제 정말 돌려드릴 돈이 전혀 없다. 제가 지은 죗값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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