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평가는 미래에 맡긴다.
2021년 8월이었다. KIA 수뇌부는 오랜 고민의 결론을 내려야 했다. 남들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지만, 당시 전임 단장은 "힘든 고민이었다"라고 했다. 광주에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리는 천재 내야수와 155km 파이어볼러가 동시에 출현했다. 누구든 역대급 1차 지명 재목들.
전임 수뇌부의 결정은 알다시피 전자였다. 둘 다 놓칠 수 없지만, 그래도 제2의 이종범이 좀 더 희소가치가 있다고 봤다. 파이어볼러는 간혹 튀어나오지만, 김도영 같은 캐릭터는 어지간하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자연스럽게 2020시즌 최하위 한화가 문동주를 1차 지명했다.
약 9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두 거물급 신인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도영은 예상대로 1군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개막엔트리 포함 및 개막전 톱타자라는 영광을 안았다. '엘리트코스'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시범경기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을 석권하며 재능을 과시했다.
반면 문동주는 조용했다. 스프링캠프서 기대대로 강속구를 뿌렸으나 시범경기 기간에 덜컥 내복사근에 부상했다. 한화는 충분히 시간을 줬다. 김도영이 시범경기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사이, 문동주는 재활하며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1~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두 슈퍼루키의 입지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우선 김도영은 김종국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4월 내내 주전으로 기회를 받았다. 처음에는 3루수로 나섰다가 박찬호의 햄스트링 부상 이후 주전 유격수를 꿰찼다. 3루보다 유격수 수비가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올 시즌 23경기서 타율 0.172 4타점 11득점 1도루 OPS 0.430. 역시 시범경기와 페넌트레이스는 차원이 다른 무대다. 시범경기서 더욱 유명세를 타면서 9개 구단의 타깃이 됐고, 경험이 일천한 김도영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김종국 감독은 일찌감치 김도영과 왼손 거포 유망주 김석환에게 1군에서 충분히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내의 기간은 예상대로 1개월이었다. 김석환은 2일 1군에서 말소됐고, 김도영은 3일 박찬호의 1군 복귀와 함께 백업으로 밀렸다. 팀 내 최고 타격감을 보유한 류지혁과 경험과 수비 안정감 측면에서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내야수 박찬호를 외면하긴 어려웠다. 이제 김도영은 백업 생활에 적응하고 배워나가면서 1군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김도영이 헤매는 사이, 문동주는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이미 지난달 30일 LG와의 퓨처스리그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1이닝 동안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그리고 3일 SSG와의 강화 연습경기서 1이닝 3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패스트볼 최고 156km를 찍었다.
한화는 문동주에게 올 시즌 1군에서 기량을 펼칠 기회를 줄 계획이다. 일단 불펜투수로 기회를 준 뒤 장기적으로 선발투수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고교 시절에 비해 갑자기 선발로 많은 공을 던질 경우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인투수가 곧바로 선발로테이션에 투입되는 경우는 정말 많지 않다.
올 시즌 김도영과 문동주가 1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현 시점에서 김도영이 주춤한 사이 문동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잡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즌은 길고 특급루키들이라고 해도 애버리지가 없는 유망주일 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분명한 건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할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올해 1군에서 충분히 경험만 쌓아도 내년, 내후년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정후(키움), 강백호(KT) 이후 역대급 실링을 가졌다는 평가는 유효하다.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지금은 타이거즈를 떠난 타이거즈 수뇌부의 2021년 선택은, 먼 훗날 평가 받는다. 전임 수뇌부의 디시전은, 현직 수뇌부의 역량에 의해 평가 받을 운명이다.
[김도영(위), 문동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한화 이글스 제공(아래)]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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