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린이 기쁨주겠다"고 하더니…팀 승리보다 개인 기록이 우선이었나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개인 기록이 팀의 승리보다 중요했던 것일까. 어린이날을 맞아 '엘린이'들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다짐과는 상반된 경기였다.

LG 트윈스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6차전 홈 맞대결에서 4-9로 패했다.

어린이날 LG와 두산의 '잠실 라이벌' 맞대결은 KBO리그 연례 행사로 불릴 정도로 역사가 깊다. 어린이날 역대 상대 전적은 14승 11패로 두산이 우위지만 최근 2년간은 LG가 모두 승리를 챙기며 2연승을 달렸다.

어린이날의 라이벌전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류지현 감독은 경기에 앞서 "오늘 가족 단위로 많이 오시는데, 엘린이들에게 더 즐겁고 재밌는 경기로 기쁨을 주는 승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는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LG의 마운드 운용은 일찍부터 승리를 포기한 느낌이었다.

LG 선발 케이시 켈리는 1회 안권수에게 안타와 도루, 조수행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2사 2, 3루의 실점 위기에서 허경민과 강승호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허용해 3점을 헌납했다. 초반부터 기선제압을 당했지만, LG는 2회말 오지환이 추격의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며 2-3로 두산을 턱 밑까지 쫓았다.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켈리가 2~3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만큼 LG 벤치의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4회가 문제였다. 켈리는 4회 1루수 채은성의 아쉬운 수비 두 번이 거의 연달아 발생하면서 무사 만루에 몰렸다. 켈리는 쉽사리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고, 박세혁과 조수행에게 각각 적시타를 맞아 4회에도 3실점을 기록했다.

LG 타선도 포기하지 않았다. LG는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지환이 2루타를 뽑아내며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김민성의 3루수 땅볼성 타구에 두산 허경민의 실책이 발생하면서 오지환이 홈을 밟았고, 간격을 3-6으로 좁혔다.

4회가 종료된 시점에서 3점 차는 경기를 포기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었다. LG 벤치도 승리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면, 켈리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다. 지난 3~4일 불펜의 소모가 적지는 않았지만, 연투를 한 투수는 없었다. 충분히 불펜을 가동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켈리가 61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일까. LG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떻게든 켈리의 기록을 이어주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류지현 감독은 켈리를 5회에도 마운드에 올렸고, 추가 2실점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됐다. LG는 두산에게 승기를 다 내준 후에야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경기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발 투수를 4이닝 만에 내린 두산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물론 에이스 투수의 '자존심'을 비롯해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 기록을 위해 팀의 승리를 포기하는 판단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결국 LG는 두산에 4-9로 패했고, 4위 도약 실패는 물론 어린이날 두산전 연승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어린이날을 맞아 잠실구장을 방문한 엘린이들은 완패의 기억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LG 류지현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LG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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