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양준혁 선배 말씀이 맞다."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트레이드 마크는 '만세 타법'이었다. 타격 이후 팔로우 스로우에 충실한 나머지 만세를 하는 듯한 자세가 나와서 붙여진 별명이다. 양 위원은 만세타법으로 통산 타율 0.316을 기록했다.
그런 양 위원의 트레이드 마크가 또 있다. 전력 질주다. 양 위원은 현역 시절 내내 평범한 내야 땅볼이나 뜬공에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프로의 기본인데, 종종 '산책 주루'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발이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약간 팔자 걸음으로 흐느적거리는 듯한 특유의 폼이 웃음을 안기기도 했지만, 양 위원의 전력질주는 프로의 기본이자 야구와 야구 팬들에 대한 예의였다. 실제 전력질주가 간혹 상대의 실책을 유발하거나 내야안타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1년에 3~4개의 안타를 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위원이 은퇴한지 12년이 지난 2022년. SSG 주장 한유섬(33)은 전설적인 선배의 속뜻을 안다. 5일 인천 한화전이었다. 0-0이던 1회말, 무사 만루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선발투수 남지민의 초구를 공략해 평범한 1루 땅볼을 쳤다. 한화 1루수 박정현이 2루 커버를 들어간 2루수 정은원에게 송구,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다음 수순은 1루 송구.
한유섬은 자신의 타구로 아웃카운트가 2개씩 올라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후속타자들이 1점이라도 더 뽑을 수 있도록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세이프. 덕분에 '타점 머신' 한유섬의 타점도 추가됐다.
그 타구가 병살타가 되면 팀 득점은 올라가도 자신의 타점은 올라가지 않는다. 물론 타점 선두를 달리는 한유섬이 자신의 타점을 생각하고 달린 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력질주가 팀은 물론 개인기록에도 도움이 됐다.
한유섬은 양 위원의 말을 떠올렸다. "내가 빠르지는 않지만 열심히 뛰어야 한다. 내가 가장 빨리 뛸 수 있을 만큼 뛰었다. 항상 양준혁 선배 말씀을 기억한다. 프로는 전력질주를 하는 게 맞다. 전력 질주해야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 상대 실책으로 출루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한유섬은 올 시즌 28경기서 타율 0.380 5홈런 32타점 22득점 OPS 1.146으로 리그 최상위급 성적을 낸다. 타점 1위에 OPS 2위, 타율 4위다. 화려한 시즌을 보내지만, 기본을 절대 망각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니 SSG의 1회 빅이닝(4득점)이 따라왔고, 자신의 타점도 1점 추가됐다.
한유섬은 "야구에서 어떤 경기는 1점을 뽑기가 정말 쉬운데, 또 어떤 경기는 1점을 뽑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항상 최선을 다해 뛰는 게 중요하다. 1점이라도 더 뽑으려고 노력한다"라고 했다. 경기흐름을 좌우한 우월 스리런포 이상으로 가치 있는 플레이였다. 1위 팀 주장의 품격이 이렇다.
[한유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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