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뻔뻔해져라."
SSG는 2021시즌 중반 이후 김택형이라는 새로운 마무리를 건졌다. 수년간 제구 기복에 시달려왔지만, 말끔하게 해결하고 클로저로 우뚝 섰다. 2022시즌, 다시 출발선에 선 김택형은 첫 마무리 풀타임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 김택형에게 4일 인천 한화전은 충격적이었다. 5-3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하자마자 스트레이트 볼넷 포함 2사사구와 1피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를 조성했다. 노시환 타석에서 볼 2개를 던지자마자 교체되는 '굴욕'을 맛봤다.
"마무리는 끝까지 믿고 가는 게 맞다"는 김원형 감독도 원칙을 깬 교체였다. 그만큼 김택형이 좋지 않아 보였다는 게 김 감독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실패했다. 뒤이어 나선 박민호가 하주석에게 역전 좌월 만루포를 맞았다.
김 감독은 속이 쓰렸지만, 5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뭔 일 있었어? 그럴 수도 있지." 김택형과 하주석이 그저 144경기 중 망치는 한 경기로 여기길 바랐다. 그리고 털어내길 바랐다.
특히 김 감독은 '초보 마무리' 김택형의 멘탈이 염려스럽다. 11세이브로 1위를 질주 중이지만, 김택형은 오승환(삼성)이나 정우람(한화)이 아니다. "수년 동안 전문적으로 마무리를 한 투수들은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돼간다. 택형이는 1년도 안 됐다. 아직 (마무리로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과정이다"라고 했다.
사실 김 감독은 중간계투와 달리, 마무리투수는 피로도가 심하지 않다면 3연투도 가능하다고 본다. "불펜들은 1~2점 져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마무리는 팀 상황에 맞춰 이길 때만 준비한다"라고 했다.
실제 필승계투조는 경기흐름, 최근 팀 상황에 따라 1~2점 질 때도 등판하곤 한다. 반면 마무리는 어지간하면 세이브 상황에만 나간다. 필승조보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공을 던지면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적다. 그래서 김 감독은 "마무리가 경기에 많이 나가도 필승조보다 컨디션은 좋을 수 있다"라고 했다.
오히려 마무리는 필승계투조보다 육체적으로 덜 힘들지만, 멘탈이 힘들 수 있다고 봤다. 김 감독은 "마무리투수는 자신의 뒤에 아무도 없는 것 아닌가. 그게 참 힘들다. 마지막에 문제가 생기면 본인에게 데미지가 크다. 마무리가 그래서 힘들다. 나도 현역 때 그게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라고 했다.
김 감독도 현역 말년에 잠시 마무리를 맡았으나 정착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김택형의 마음을 잘 안다. 초보 마무리라서 세심하게 관리해주는 측면도 있지만, 멘탈에 관해선 그럴 마음도, 그럴 수도 없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택형이도 뻔뻔해야 한다. 마무리가 무너지면 선발투수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또 동료들은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그런다. 그게 동료애다. 서로 '잘 하고 있다, 괜찮다'라고 해줘야 한다. 택형이도 이런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을 텐데, 뻔뻔해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세심하게 관리하되, 강하게 커야 한다. 김 감독은 김택형이 1~2년 정도 꾸준하게 던지면 진짜 인천을 대표하는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SSG도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올 시즌 15경기서 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77.
[김택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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