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오늘도 블론하면 마운드에 유니폼 벗고 나오려고 했다."
10일 대구 삼성전. SSG 마무리 김택형이 3-1로 앞선 9회말에 마운드에 올랐다. 2사까지 잘 잡아놓고 김동엽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았다. 결국 최영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시즌 14세이브를 챙기며 이 부문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마무리투수에겐 늘 있는 스릴과 위기. 그러나 경기 후 1루 덕아웃 계단에 걸터앉은 김택형은 '십년감수'한 표정을 지었다. 김택형은 "작년에도 (이)태양이 형이 나온 경기서 세 번이나 불론세이브를 했다. 오늘도 블론을 하면 마운드에 유니폼을 벗고 나오려고 했다"라고 했다.
이태양은 이날 6이닝 6피안타 4탈삼진 1사사구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김택형은 이태양이 선발 등판한 경기만큼은 절대로 블론세이브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실제 SSG 관계자에 따르면 2021시즌 김택형의 블론세이브 3개 중 2개가 이태양 선발등판 경기였다.
마무리투수가 블론세이브 혹은 패전을 떠안으면, 자연스럽게 잘 던진 선발투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하물며 이태양이 등판한 경기를 두 차례 이상 자신이 망쳤다고 생각하니,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올 시즌에도 이태양 선발등판 경기서 블론세이브 한 차례를 범했다.
김택형은 "타자랑 싸워야 하는데 계속 그게 신경 쓰였다. 울고 싶었다"라고 했다. 김택형은 올 시즌 잘 나가지만, 아직 마무리로서 경험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이런 심리적인 요인도 김택형이 극복해야 특급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다.
정작 이태양은 의연했다. 한화 시절 불펜 경험이 풍부하다. 불펜 출신이 불펜투수, 마무리투수의 마음을 잘 안다. 이태양은 "택형이가 부담 갖지 않길 바란다. 나도 불펜을 해봤지만, 진짜 힘든 보직이다"라고 했다.
김택형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이태양은 "선발투수는 못 던지면 그대로 본인이 책임지면 된다. 그러나 불펜투수는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못 던지면 좀 그렇다. 선발보다 불펜투수의 데미지가 크다"라고 했다.
결국 김택형은 이날 블론세이브 위기(?)서 실점하지 않고 세이브를 추가했다. 알고 보면, SSG 투수들이 그만큼 끈끈하다는 걸 방증한다. 김택형은 진심으로 이태양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이태양은 그런 김택형을 진심으로 보듬어줬다. 잘 나가는 팀은 뭔가 다르다.
[이태양(위), 김택형(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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