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이 느낌이 좋다."
이름을 떼고 냉정하게 보자. 11일까지 25경기서 대부분 리드오프로 나섰다. 87타수 18안타 타율 0.207 2홈런 6타점 17득점 2도루를 기록한 타자가 있다. 당연히 '낙제점'이다. 물론 출루율이 0.384로 상당히 좋은 편이긴 하다.
2년 연속 27억원을 받고 SSG에서 뛰는 추신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시즌 초반 페이스가 저조하다. 작년 11월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현역 1년 연장을 결심했고, 지금도 수비에 나설 준비를 따로 하고 있다.
결국 지명타자를 붙박이로 맡는다. 다른 팀들처럼 주축 야수에게 휴식을 주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추신수가 기왕이면 생산력을 좀 더 높여주는 게 SSG에 큰 도움이 된다. 10일까지 5월 성적도 타율 0.182.
그러나 김원형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10일 대구 삼성전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진단했다. 다름 아닌 추신수의 증언이 밑바탕에 깔렸다. 타자를 해보지 않은 김 감독은 타격 파트는 전적으로 해당 코치들과 베테랑 선수들을 신뢰한다.
추신수는 10일 경기서 2회초에 좌완 백정현의 투심을 공략해 우중월 솔로포 한 방을 날렸다. 그러나 그 한 방을 보고 '아 이제 풀리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 타석에 주목했다.
3-1로 앞선 7회초 네 번째 타석이었다. 추신수는 우완 홍정우의 초구 포크볼을 좌측으로 보냈다. 약간 몸쪽으로 꺾여 들어오는 공이었다. 추신수는 가볍게 툭 밀었는데 한 눈에 봐도 스윙이 부드러웠고 타구도 날카로웠다. 좌익수에게 잡힌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내뱉은 말을 들었다.
"지금 타이밍이 늦었지만, 이 느낌이 좋다." 김 감독은 확신했다.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의 느낌이다. 뭐랄까. 범타가 많아도 느낌이 좋으면 만족감이라는 게 생긴다. 그럴 때 다음 경기에는 '승부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차원인 것 같다. 홈런을 쳐서 감이 좋아진 게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타자의 타격감은 타구의 질로 평가해야 한다. 상대 호수비에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밸런스로 강한 타구를 날리는 게 중요하다. 추신수는 4월 내내 고전하다 5월 들어 이 느낌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11일 대구 삼성전서는 중전안타와 우전안타를 잇따라 뽑아내며 감각을 더 올렸다.
김 감독은 "신수가 많이 잘하고 싶어한다. 그래도 매 경기 1~2차례 꼭 출루한다. 타율에 비해 출루율을 보면 엄청나다. 1번 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단지 타율이 본인에게 충족이 안 되다 보니 힘들어했던 것이다. 지금부터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54억원 사나이의 타격쇼를 기대해봐도 될까. 잘 나가는 SSG에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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