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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KIA팬들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유진형 기자]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여성분들은 일단 배트에 맞으면 안타인 줄 알고 환호하는데 파울이었습니다."
지난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와의 경기. 8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박민우가 투수 조요한을 상대로 친 공이 3루 베이스를 넘어 좌측 파울라인으로 흘러갔다.
박민우의 타격 직후 NC 응원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으나 타구가 파울로 선언되자 관중석은 이내 잠잠해졌다. 마침 중계 화면에 잡힌 여성 관객들도 같은 흐름이었다. NC 유니폼을 입고 환호성을 지르던 여성 관객 2명은 공을 지켜보다 "파울이야? 아~"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성 관객들과 한 화면에 잡힌 뒷좌석 남성 관객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야구 중계에서 흔히 목격되는 이 장면이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다.
이날 경기 캐스터로 나선 김수환씨가 "여성 팬들은 안타인 줄 아셨던 것 같은데요. 네, 파울이었습니다"라고 하자 선수 출신 해설위원인 박재홍씨는 "여성분들은 맞으면 환호"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 사이에 "일단 배트에 맞으면", "와~이러죠" 등의 대화가 이어졌다.
경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설진이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트위터에는 "내가 구구단보다 스트존(스트라이크존)부터 배우고 자란 여자 관중이다" "여성 팬들 사라진다고 찡찡거릴 시간에 중계 수준이나 높여라" "이렇게 편견 가득하게 보면서 뭘 바라는 것임?" "몰랐겠지만 여자들도 야구를 봐요" "그래요. 배트에만 맞아도 환호해요. 그 배트에 못 맞히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니까요" 등 의견이 게시됐다.
중계 카메라는 여성 관객 클로즈업을 멈추고 해설진은 여성 관객 비하를 중단하라는 의견이 쏟아졌으나 이튿날 또 다른 경기에서 맨스플레인'(man+explain)'으로 해석되는 해설이 나왔다.
1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kt wiz 경기 중 관중석에 앉은 남녀가 대화하는 모습이 잡히자 캐스터 이동근씨는 "야구장에 나오면, 남자친구분과 여자친구분이 동시에 오면 설명해주시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저게 야구 설명인지 그저 대화인지 옆에서 들은 것도 아니면서 여자는 야구를 모를 거라 단정 짓는 캐스터" "맨날 야구장 많이 찾아달라면서 자기들이 야구장 발길 끊는 소리만 하네" "이게 2022년 야구 해설 수준인가" "이제 야구장에서 대화도 못 하겠네" 등 의견이 나왔다.
야구장 내 여성들의 좌석점유율이 매해 높아지고 프로야구 인기에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그라운드 안팎에 여성 혐오가 여전한 모양새다.
21년째 수도권 연고 구단을 응원하고 있는 30대 여성 팬 최모씨는 "지금 야구판이 커진 데에는 여성 팬들의 역할이 큰데 아직도 중계진이나 방송사들은 '야구팬은 남자'라는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자가 야구 보는 게 뭐 그리 신기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여자들은 당연히 야구 룰을 모를 것이란 생각이 깔린 것 같은데, 이런 취급을 당하면서 야구를 봐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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