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투구수와 이닝을 조금씩 늘려가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KIA 이의리는 3일 수원 KT전서 7이닝 8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눈에 띈 건 투구수가 무려 118개였다는 점이다. 2021년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투구수였다. 5회까지 83구로 5실점했음에도 6~7회, 35구를 더 소화했다.
요즘 선발투수들의 한계투구수는 대부분 90개 전후다. 100구를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날 이의리는 6회 시작과 함께 교체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종국 감독은 7회까지 밀어붙였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일단 경기 상황을 보자. 클리닝타임을 맞이한 시점서 0-5, 일방적으로 밀렸다. 김종국 감독은 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만약 이기고 있었다면 교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흐름이 넘어갔는데 굳이 투수를 더 소모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했다. 어차피 필승조는 못 쓰고, 곧바로 추격조를 가동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결정적으로 김 감독은 "의리도 투구수와 이닝을 조금씩 늘려가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마지막까지 보니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후회 없는 투구를 했다"라고 했다. 7회 마지막 타자 김민혁에게 패스트볼 일변도의 승부를 하다 11구에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은 게 백미였다.
KIA 선발진은 불안하다. 부상으로 이탈한 션 놀린은 퇴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로니 윌리엄스도 복귀 후 믿음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승혁은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어 잠시 휴식하는 중이다. 임기영은 선발 경험은 풍부하지만 통산 평균자책점 5.00이다. 점수를 적게 허용하는 투수가 아니다.
때문에 이의리가 에이스 양현종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2선발이다. 외국인투수진이 정비되지 못하면 올 시즌 내내 2선발로서 상대 외국인투수들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김종국 감독에게 "실질적 2선발 아닌가요"라고 하자 "그렇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양현종을 잇는 차세대 타이거즈 토종에이스로 손색 없다. 이날 5실점했지만, 7이닝을 소화하며 책임감을 보여줬다. 보통 선발투수가 5실점을 하면 그대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의리는 보통의 2년차가 아니다.
김 감독은 그런 이의리에게 한계를 설정해주고 싶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선 극한의 경험을 해보길 바랐다. "스코어가 벌어진 뒤 안정적이었다. 스트라이크를 넣는 확률이 높았다. 스피드, 페이스가 많이 올라왔다. 제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의리는 올 시즌에는 작년보다 체인지업 구사율을 줄이고 패스트볼 승부를 즐기며 좀 더 힘으로 밀어붙이되, 고비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비슷한 비율로 사용해 타자들을 적절히 요리한다. 투구패턴 변화, 심판 성향 활용 등 양현종 수준의 임기응변능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2년차 치고 상당히 지능적인 투구를 한다는 평가다.
KT 이강철 감독도 이의리를 인정했다. 이의리가 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서재응 투수코치, 곽정철 불펜코치와 함께 '타이거즈 대선배' 이 감독에게 인사를 하러 찾아오자 이 감독도 웃으며 "점수 주고 나니까 밸런스가 더 좋더라"고 했다.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투수 전문가로서 예리한 시선이었다.
11경기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39. 성적은 평범하지만, 재능과 장래성은 평범하지 않다. 타이거즈 레전드들이 인정했다. 차세대 타이거즈 토종에이스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
[이의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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