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팀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따낸 투수가 필승계투조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2위 팀에서 벌어지고 있다.
키움 우완투수 김태훈은 올 시즌 13경기서 8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로 맹활약 중이다. 그런데 4월28일 한화전서 세이브를 따낸 뒤 6월 1일 고척 삼성전으로 돌아오기까지 충수염으로 공백기를 가졌다.
김태훈은 조상우가 군 복무로 빠진 올 시즌 키움 불펜의 에이스로 지목됐다. 작년에도 메인 셋업맨이었고, 올 시즌 홍원기 감독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였다. 마무리투수로 올 시즌을 준비하는 게 당연했다. 실제 4월 한달간 맹활약했다.
그런데 충수염으로 빠진 사이 키움 불펜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김태훈이 사라지면서 엄청난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였지만, 정반대였다. 선발투수 출신이 3명이나 필승계투조로 자리매김했고, 전임 감독 시절부터 촉망 받던 단신 셋업맨과 함께 '불펜 어벤저스'를 이뤘다.
마무리 이승호와 메인 셋업맨 김재웅, 그리고 두 사람을 뒷받침하는 하영민과 문성현이다. 7일 고척 KT전은 공식처럼 풀린 경기였다. 선발 한현희가 5⅔이닝을 잘 막아내자 하영민이 바통을 이어 받아 6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문성현~김재웅~이승호가 7~9회를 1이닝씩 순삭, 경기를 끝냈다.
키움 불펜은 1이닝 책임제를 실시한다. 가급적 이닝의 시작과 끝을 한 명의 불펜투수에게 맡긴다. 이날 하영민처럼 선발투수 강판 이후 이닝 중간에 투입된 투수라도 해당 이닝을 마무리하면 다음 이닝에 투입하지 않고 좋은 리듬을 다음 경기로 이어가도록 배려한다.
개개인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결과론 측면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다분하지만, 개막 2개월이 넘은 현 시점에서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 과정을 가장 잘 이행한 투수가 위 4인방이다.
이들의 평균자책점은 1점대다. 마무리 이승호가 1.11, 김재웅이 1.04, 문성현이 1.83, 하영민이 1.69다. 이승호는 7세이브로 어느덧 본래 마무리 김태훈에게 1개 차로 추격했다. 김재웅은 15홀드로 이 부문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더구나 이날 포함, 키움은 올 시즌 7회까지 앞선 28경기를 모두 이겼다. 키움의 블론세이브는 단 2회. 리그에서 가장 적다.
상황이 이러니 김태훈이 충수염을 극복하고 돌아왔지만, 박빙 리드에 투입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태훈이 투입될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선발투수를 4이닝만 던지게 하고 5회부터 5명의 필승계투조를 1이닝씩 기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키움은 공격력이 리그 하위권이지만, 리그 상위권의 선발진과 수비력, 기동력에 극강의 불펜을 앞세워 2위를 질주 중이다. 팀 내 세이브 1위를 달리는 투수가 필승조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이게 키움 불펜의 현실이다. 키움은 6일까지 팀 불펜 평균자책점 3.42로 2위다.
[김태훈(위), 이승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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