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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작성자는 국내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인 이른바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의 범행 도구가 ‘버니어캘리퍼스’ 같다며, 범인은 인근에 사는 불량 청소년들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뒤, 범죄 전문가도 작성자 추리가 ‘신빙성’이 있다며 사건을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고 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26일 대구 달서구 성서초에 다니던 다섯 어린이가 도롱뇽 알을 주우러 나갔다가 11년 만에 마을 근처 와룡산에서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사건 당시 도롱뇽 알이 개구리로 와전되면서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타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다. 유골 발굴 진행 과정에서 경찰은 ‘저체온사’라는 진단을 내려 유족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kkotukpang’라는 닉네임을 쓴 네티즌 A씨는 지난 1일 오후 8시23분 네이트판에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피해 어린이 두개골 상처 사진을 올린 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서 내가 이 장면을 본 순간 ‘어? 버니어캘리퍼스잖아’라고 자동반사적으로 튀어 나왔다. 당연히 그알에서도 흉기도 찾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 용접 망치래. 살면서 망치 한 번도 안 휘둘러 봤다. 초등학생 그 연한 두개골을 망치로? 망치로 때리는데 두개골에 파인 자국만 나냐? 심지어 (상처가) 한 개도 아니고 저렇게 여러개가? 망치가 아니지 바보들인가”라고 적었다.
A씨는 두개골에 같은 크기의 상처가 여러개 생긴 것과 관련해 “흉기로 아무리 있는 힘껏 세게 때려고 저게 맥시멈(최대) 대미지(피해)라는 소리다. 저거 이상으로 대미지를 못 주는 도구라는 소리다. 망치로 힘을 적절하게 균일하게 두개골을 뚫지는 않을 정도로, 자국만 남길정도로 힘을 조절해서 저렇게 여러개 같은 자국을 남길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냥 세게 마구잡이로 쳐도 저렇게 밖에 나올 수 없는 도구였다는 소리다. 망치처럼 생겼지만 망치만큼 강하지 않은, 그게 버니어캘리퍼스다”라고 했다.
이어 A씨는 “왜, 누가 산에 버니어캘리퍼스를 들고 갔을까. 이것 역시도 인생 경험이 부족한 인간들은 상상조차 못할 것”이라며 범인은 그 지역 고등학생들이라고 추정했다.
A씨는 “방송에서, 사람들은 다섯 아이들을 한 번에 제압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는 면식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학교 선생 드립을 쳤다. 멍청이들. 다섯 아이를 잔인하게 죽일정도로 대담한 살인마가 핸드폰도 없던 그 시대에 해발 300m밖에 안 되는 동네 산속에 매복하고 아이들을 기다릴 확률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땐 게임방, 컴퓨터, 핸드폰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다. 사건 당일은 선거날이라고 공휴일이었다. (범인은) 그 지역 문제아 고등학생들이다. 그 애들은 당시 뽀대기(본드)를 불고 있었을 거다. 문제아들이 집에 제대로 들어갔겠냐. 쉬는 날이라고 친구 집에서 놀다가 사건 당일산에서 본드나 불고 있는 거지. 집에 안 들어갔으니까 가방 속에 버니어캘리퍼스가 있을 수밖에”라고 했다.
고등학생이 왜 버니어캘리퍼스를 들고 다녔을까. A씨는 “공고, 기술고 학생들이 신입생 때 많이 들고 다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추리를 기반으로 사건 당시 상황을 상상했다. A씨는 “산속에서 여럿이 본드를 불고 있다가 올라오는 아이들을 마주쳤을 거다. 습관처럼 ‘뒤져서 나오면 몇 대’ 이런식으로 돈을 뜯으려고 했을 거다. 그러다 미친 듯이 헤드락을 건 상태에서 버니어 캘리퍼스로 같은 곳만 때렸을 거다. 이미 머리를 여러대 맞은 아이는 피를 미친 듯이 흘렸을 거고, 다른 아이들도 보고 있고. (본드 때문에) 환각 상태고, 그냥 집단으로 달려들어서 아이들을 살해한 것 같다”라고 했다.
A씨는 “내가 모든 개구리소년 사건 자료를 다 검색해봤다. 당시 동네 불량배를 면밀하게 조사한 적 있는지. 안 했다. 지금도 당시 수사했던 경찰들이 이건 저체온사다, 살인사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XXX들이다. 그 고등학교 문제아들만 집중적으로 조졌어도 분명히 단서 나왔을 거다. 지금 해도 늦지 않는다. 분명히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았을 사람도 섞여 있을 거다”라고 했다.
A씨의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삽시간에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 퍼졌고, 네티즌들은 “A씨 글을 토대로 사건을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섯명을 이 지경으로 만드려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동안에는 이런 범행을 하기 어렵다. 애들이 고성을 지를 테니까. 그런데 흉기로 여러번 상해를 입혔다. 이성을 유지하면서 여러번 (상해를)입히는 게 가능하겠냐. 거의 불가능하다. 이 사람(A씨가)이 제기한 게 본드였다. 이게 근거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요즘엔 본드를 안 하는데 1991년엔 청소년 비행이 어떤 죄명이 많았냐면 본드였다”고 했다.
범인이 여러 명일 거라는 추측엔 “여러 명이 몇 명을 붙잡고, 한 명이 흉기를 휘둘러서 치명상을 입히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글을 읽으면서 특이한 건 A씨가 학력이 높은 사람 같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지 아니한 그런 사람의 글처럼 보인다. 이 사람을 찾아서 설명을 좀 더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이런 정보가 올라오는 거 보면, 우리가 한 번쯤은 조사의 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버니어캘리퍼스로 실제로 아이들 두개골에 남은 흔적들이 재현되는지 하는 건 지금의 과학수사 기법으로 충분히 실험해볼 수 있다. (연쇄살인사건 범인)이춘재도 공소시효 종료 됐는데 거들에 나온 DNA로 범인을 검거하다보니까 억울한 윤씨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지 않았냐. 지금 이 조사도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현재 A씨 글은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A씨의 글을 토대로 사건 현장 인근에 있는 공고를 찾는 등 증거 찾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자신이 범인인냥 쓴 댓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네티즌은 “(범행 도구가) 버니어 캘리퍼스가 맞습니다. (범행 전) 잠을 잔 집이 바로 근처였고, 집에 삽이 두 개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1991년 4월14일 더 깊게 새로 묻었습니다. 조금 더 마을에 가까운 쪽을 파보면 첫 매장 때 벗겨진 슬리퍼가 나올 겁니다. 우리는 같은 중학교 출신입니다”라고 적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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