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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로고. /AFPBBNews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대에서 해임됐던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에게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지난 8일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대는 해당 교수가 기소되기 전인 2019년 8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를 해임 처분했다.
하지만 법원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반면 서울대는 조국 전 장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에 대해선 “사법부의 판단(1심 재판 결과)을 기다리겠다”며 징계를 미루고 있다.
어떤 사람은 1심 판결 전 징계를 하고, 어떤 사람은 1심 판결을 기다려 징계를 하겠다고 하는 서울대 기준에 대해 ‘고무줄 잣대’라며 학내에서 교수들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승정)는 지난 8일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A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 평결했다. 대학원생 제자를 추행한 혐의를 받은 A 전 교수는 2019년 6월 피해자의 고소로 수사를 받았고,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당시 교원징계위원회에 A 전 교수의 징계 수위를 ‘정직 3개월’을 권고했으나, 서울대는 기소 전인 2019년 8월 A 전 교수에게 해임 처분을 내렸다.
교수들 사이에선 “서울대가 섣부르게 A 전 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당시 학생들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니 본부와 총장이 여론에 휩쓸렸던 것 아니냐”고 했다. “학교의 판단과 법원 판단 기준이 다를 수는 있다”거나 “2심 판단도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지적은 서울대 징계에 ‘원칙’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서울대학교 교원 징계 규정’(징계 규정)에 따르면 교원의 범죄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통보를 받은 경우, 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교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경우, 정관·학칙 및 제반 규정을 위반한 경우,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 한 경우, 연구진실성위원회·인권센터·감사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요청한 경우, 그 밖에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총장이 징계위원회에 교원의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모호해 징계권자나 징계위원회의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한 교원이 ‘연구 부정 행위’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경우, 징계 규정에 따라 ‘비위의 정도’가 심하면 파면이고, 약하면 감봉~견책을 받게 되는데, 비위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은 징계위가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사안별로 징계 처분이 다 다르다.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징계는 미뤄지고 있다.
서울대는 “조 전 장관이 받는 혐의는 학외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며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년 간 학교에서 연구비를 부정 수급한 의혹으로 2020년 직위 해제된 이병천 수의과대학 교수에 대한 징계 처분도 아직이다.
이 교수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비 약 160억원을 집행하면서 연구실에서 근무한 학생들에게 약속한 생활비를 축소해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자체 조사를 통해 “비위정도가 심하다”며 본부에 징계 처분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재판이 진행중이라 사실확인에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를 아직 모으지 못했다”고 했다.
교육부가 조 전 장관 등의 학내 징계 절차를 미뤘다는 이유로 오세정 총장의 징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교수들은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본부가 교수들의 징계 처리에 대한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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