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마치 내 아들이 할아버지가 된 느낌이라고 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는 한 독자가 마이데일리에 하소연을 했다. 당연히 ‘봄데’에 대한 지적이구나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항의였다.
사실 롯데가 5월초까지만 해도 2위를 달렸지만 한달 후인 지금은 ‘제자리’로 찾아간 8위에 머물러 있어서다. 많은 팬들이 이메일로 항의를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좀 뜬금없는 항의이기에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감이 오지 않아 자세히 물어봤다.
롯데팬 고등학생 아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그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설명해야 이해가 빠르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팬’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이 팬 사이트를 오픈해 놓았다. 삼성이나 지금 꼴찌를 달리고 있는 한화처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LG처럼 가입신청 후 이용 가능한 구단도 있다. 아니면 NC처럼 팬들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카테고리가 없는 팀들도 있다.
롯데의 ‘팬’ 카테고리를 누르면 회원가입을 하라고 한다. ‘회원전용페이지입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보통 회원 가입을 하려면 이런 멘트는 당연히 있다.
클릭후 다음 페이지에 들어오면 ‘회원님 반갑습니다’라고 되어 있고 옆에는 신입회원을 위해서 ‘회원가입신청’코너가 있다. 회원이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고 로그인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회원가입에서 벌어진 것이다. 회원가입을 누르면 화면창에 ‘실버회원가입’이라고 뜬다. 그 밑에는 ‘만 14세미만은 가입이 불가능합니다’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실버회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즉 14세 이상이면 졸지에 ‘실버회원’이 된다. 이게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실버-골드-다이아몬드처럼 등급별로 된 회원제가 있다. 주로 항공사나 백화점 등 실적(마일리지 누적)이 많이 쌓이면 등급이 올라가는 그런 서비스업체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런 등급제를 사용하는 회사도 실버회원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의 안내를 보면 ‘아시아나클럽 회원으로 신규 가입하시게 되면 실버회원 자격을 드립니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그래서 신규 가입자는 당연히 내가 처음으로 가입하게 되면 ‘실버회원’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롯데도 이런 뜻으로 만든 듯하다.
그런데 롯데는 이런 아무런 안내도 없이 ‘곧장 14세미만은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그 위에 ‘실버회원가입’으로 되어 있으니 14세 이상을 ‘실버’로 통칭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흔히들 ‘실버’라고 하면 ‘은퇴후 연금이나 퇴직금, 자식들의 용돈 등으로 생활하는 어른신’을 일컫는 말이다.
혹시 가입하면 실버회원의 설명이 있는지 궁금해서 직접 가입도 해봤다. 그냥 ‘일반회원’으로 안내되어 있다. 다시 말해 모든 회원은 실버회원인 셈이다. 등급이 아니다.
더 충격적인 것도 있다. 혹시 ‘회원안내’에 들어가면 자세한 등급 설명이 있는지 클릭해봤더니 안내 멘트가 적혀 있었다.‘2022 시즌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022년시즌이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지난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팬의 말처럼 당황스럽고 정말 ‘롯데스러운’ 홈페이지였다. 졸지에 고등학생 팬이 ‘실버회원’이 된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KBO가 발간한 2022년 야구 수첩을 보면 롯데 자이언츠는 신동빈 구단주를 비롯해 이석환 대표이사,성민규 단장 등 60명의 직원 이름이 적혀 있다. 60명의 직원이 있지만 담당자조차도 6개월 동안 홈페이지를 방치해 놓았다. '1인 기업’도 아닌 40주년을 맞은 롯데 자이언츠의 현실이다.
[사진=6월14일 롯데 홈페이지 캡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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