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그러진 영웅은 필요 없다.
알고 보면 올 시즌 최대 이변은 키움의 2위 질주다. 62경기서 37승24패1무, 승률 0.607이다. 선두 SSG가 4월에 워낙 많은 승수를 벌어놓고 도망간 것에 가렸을 뿐, 키움도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달렸다.
SSG는 김광현이라는 전력상승요소가 분명했다. 실제 공수주, 투타에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러나 키움은 근래 들어 가장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 속에 출발한 시즌이다. 박병호(KT)와 조상우(사회복무요원)에 시즌 초반 박동원(KIA)까지 빠져나갔다. 역대급 스펙의 야시엘 푸이그가 합류했지만, 외국인타자 슬롯은 10개 구단 모두 동일하다.
실제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시즌을 기점으로 김민성, 서건창(이상 LG),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이적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외국인타자는 사실상 없는 전력이었다. 그 사이 투타 각 파트에서 부지런히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을 키워 지금까지 달려왔다.
홍원기 감독은 수 차례 "젊은 선수가 많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나는 기회를 주는 게 아니다. 본인들이 기회를 잡은 것이다"라고 했다. 뉴 페이스 발굴이 주특기인데, 올해 유독 많다. 신인왕 후보 박찬혁이 부진과 부상으로 주춤하지만, 김준완, 김수환, 김휘집, 신준우, 김주형 등 쏟아진다. NC에서 데려온 김준완을 제외하면 모두 자체 육성이다.
젊은 뉴 페이스 야수들이 공격력에선 이정후를 뒷받침하기 버거워 보인다. 그러나 수비에선 꽤 견고한 모습들이 있다. 올 시즌 키움의 디펜스가 예년보다 확연히 향상된 건 홍 감독의 김혜성 2루 전향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김일경 수비코치의 디테일한 지도력에 의한 젊은 야수들의 급성장도 한 몫을 차지한다는 게 내부의 진단이다.
탄탄한 수비력에 물셀 틈 없는 선발진과 불펜진이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선발진은 에이스 안우진과 에릭 요키시의 강력한 원투펀치에 최원태, 타일러 에플러, 한현희, 정찬헌까지 6명씩 돌아간다. 한 차례씩 돌아가며 1군 말소 및 휴식 부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불펜은 과거 선발투수로 실패했던 문성현, 하영민, 이승호의 반전이 결정적이다. 이승호가 최근 살짝 주춤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불펜 변신은 성공적이다. 김재웅은 전임 감독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더니 이젠 메인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이렇게 팀이 잘 돌아가는데 구단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던 야구후배가 안타깝다며 무리한 복귀를 시도, 팬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다. 강정호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복귀를 접었다. 2년 전에도 이번에도 구단의 권유를 강정호가 최종적으로 거절했다.
강정호의 이 결정만큼은 지지한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이라는 중대한 범죄, 나아가 강정호법 도입을 차치해보자. 단순히 전력만 놓고 봐도 수년간 실전이 없는 35세 내야수가 도저히 설 자리가 없다. 미래가 파릇파릇한 20대 내야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그렇게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아무리 틈이 있나 찾아봐도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키움에 일그러진 영웅은 정말 필요 없다.
[강정호(위), 키움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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