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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찬호도 악연이었는데…
박찬호가 2001-2002년 FA 시장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달러 계약을 맺은 건 20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텍사스 악성계약' 중 하나로 꼽힌다. 현 시세에서 6500만달러 계약은 초대형 계약과 거리가 멀지만, 20년전에는 미국 대형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의 메가 딜이었다.
그런 박찬호의 텍사스 생활은 알다시피 악몽이었다. 결과적으로 투수친화적인 다저스타디움을 벗어나 타자친화적인 홈구장,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특성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계약기간 내내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2005시즌 중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 되면서 내셔널리그로 컴백했다.
박찬호의 텍사스 시절 통산성적은 4년간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였다. LA 다저스에서 9년간 남긴 84승58패 평균자책점 3.77과 차이가 컸다. 실제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탈출한 뒤 2010년 뉴욕 양키스 시절을 제외하면 내셔널리그 구단에만 몸 담았다.
박찬호의 과거 행보는 일부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닮았다. 류현진도 LA 다저스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뒤 2019-2020년 FA 시장에서 아메리칸리그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구단 역대 FA 투수 최고대우였다.
류현진은 단축시즌으로 열린 2020년에 12경기서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2년차이던 작년에 14승10패 평균자책점 4.37로 흔들렸다. 아메리칸리그에서의 첫 2년 퍼포먼스는 박찬호의 2002~2003년보다 나았다.
그러나 올해 류현진은 부진과 부상의 늪에 허덕인다. 팔뚝 통증으로 1개월을 쉰 뒤 돌아와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렇지만 구속이 뚝 떨어지더니 끝내 같은 사유로 다시 이탈했다. 심지어 팔꿈치 수술을 받기로 해 장기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온전히 풀타임을 보낸 3년간 25경기-7경기-16경기 등판에 그쳤다. 류현진이 자칫 잘못하다 박찬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 시점에서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 올해가 문제가 아니라 2023시즌까지 날린다고 봐야 한다. 토론토와의 인연이 이대로 끝날 수도 있는 셈이다.
류현진은 2021년 전반기까지 '알동'에서도 경쟁력 있는 투수라는 걸 입증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별 다른 건강이슈가 없는데 극심한 기복에 시달리더니 올해는 다저스 시절부터 안고 있던 건강 리스크가 터져버렸다.
박찬호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한국인 투수 계보를 잇는다. 그런 두 사람에게도 아메리칸리그의 기억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물론 LA 다저스에서 성공가도를 달린 뒤 피로가 누적되고 아플 만할 때 아메리칸리그에 몸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찬호도 그랬고 류현진도 이대로 토론토에서 더 이상 영향력을 못 보여주면 '먹튀'라는 말을 피할 수 없다.
[박찬호(위), 류현진(아래). 사진 = AFPBBNEWS]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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