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긴장도 되고 다리도 후들거렸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마운드는 인간승리의 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두산과 키움의 투수 한 명씩 팔꿈치 수술 및 재활을 마치고 같은 날 서로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두산 사이드암 박치국은 2021년 6월24일 잠실 키움전, 키움 좌완 이영준은 2020년 9월24일 고척 SK전 이후 처음으로 1군 마운드를 밟았다.
박치국은 토미 존 수술을 받았음에도 비교적 짧은 1년의 공백기를 딛고 돌아왔다. 반면 이영준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예상보다 재활이 길어진 케이스다. 두 사람은 과거 불펜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투수들이라서 복귀가 의미 있었다.
우선 박치국은 단 한 명의 타자, 단 3개의 공을 던졌다. 4-3로 앞선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정철원이 이정후에게 투런포를 맞으면서 흐름이 키움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박치국은 초구 146km 패스트볼을 꽂은 뒤 2구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1B1S서 커브를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경기 후 "생각하지 못한 등판이었다. 푸이그가 힘 있는 타자라서 옛날 잘 했을 때 생각을 하면서 던졌다. 오랜만에 팬들의 육성 응원을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긴장도 되고 다리도 후들거리는 느낌이었는데 큰 힘이 됐다. 팀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최대한 보탬이 되겠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도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박치국은 투구밸런스도 좋았고 문제 없이 재활을 잘 해냈다"라고 했다.
이영준은 1이닝을 책임졌다. 0-4로 뒤진 7회초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김재환을 초구 142km 패스트볼로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김인태를 7구 접전 끝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강승호를 2구만에 3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단 10개의 공만 던졌다.
이영준은 이른바 '내추럴 커터'를 던진다. 포심인데 궤적은 커터와 흡사하다. 그래서 까다로운 투구를 해왔고, 2020시즌 안우진과 함께 불펜 핵심 역할을 했다. 건강이 확인된 만큼, 키움 불펜이 더 강해질 일만 남았다.
토미 존 수술은 과거에 비해 성공률이 많이 높아졌다. 어느덧 실패 사례가 드문 수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0% 성공률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재활기간도 이영준처럼 길 수도 있고 박치국처럼 1년만에 끝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재활이 참 힘들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절대 쉽지 않다. 통증이 반복되고 프로세스가 후퇴하기도 한다. 1군 마운드에 다시 선 건, 주변 사람들로부터 재활을 잘 마쳤다고 공인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올 시즌 성적을 떠나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만으로도 인간승리다. 15일 고척돔 마운드는 승부의 세계 이전에 진정한 승자의 무대였다.
[박치국(위), 이영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