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긴 시간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남다르다."
키움이 예상 외로 2위를 달리는 건 마운드와 디펜스의 단단함이 결정적이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파트가 불펜이다. 조상우(사회복무요원) 이탈 후 취약 파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키움 불펜은 14일까지 평균자책점 3.36으로 1위 LG(3.14)에 이어 2위다.
마무리투수는 확실하지 않다. 김태훈으로 출발했으나 충수염으로 5월부터 자리를 비우자 문성현, 이승호에 이어 다시 문성현이 차지했다. 홍원기 감독은 15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경험보다 구위, 현재 컨디션 위주로 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마무리를 내준 이승호가 페이스가 올라와도 문성현의 페이스가 더 좋으면 보직 변경은 없다.
필승계투조는 6회 하영민, 7회 문성현, 8회 김재웅. 현재 문성현이 마무리로 이동하면서 김태훈이 하영민과 함께 6~7회를 맡는 구조다. 김재웅은 확실한 메인 셋업맨으로서 무조건 마무리를 잇는 역할이다.
재미있는 건 현재 키움 주축 불펜 중 김재웅을 제외하면 모두 선발투수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경험이 끝내 '실패'로 귀결되며 아픔이 있었다. 수년간의 방황을 거쳐 마침내 꽃을 피웠다. 우선 올해 부활한 이승호는 2017년 트레이드로 입단한 뒤 전임 감독이 토종 간판 왼손선발로 키우려고 했던 주인공이다.
이승호는 홍원기 감독이 부임한 작년부터 불펜으로 보직 변경했다. 공이 빠른 안우진과 한현희를 선발진에 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냉정히 볼 때 2019~2020년에 선발투수로서 임팩트가 대단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불펜에서도 어정쩡한 입지였으나 올해 2승1패6홀드7세이브 평균자책점 2.63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이승호의 아픔(?)은 하영민과 문성현에겐 아무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목동' 시절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역시 전임 감독이 토종 간판 선발투수로 키우려고 작정했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본 주인공들이다.
하영민은 2014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한 뒤 3년 연속 10경기 이상 등판했으나 별 다른 실적은 없었다. 2018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올해 4년만에 다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그 사이 팔꿈치 수술과 재활, 군 복무를 했다. 벌크업에 성공, 공에 힘이 붙었다. 올 시즌 26경기서 3승2홀드 평균자책점 1.42.
문성현은 2010년 4라운드 31순위로 입단했다. 2015년까지 매년 30경기 내외로 기회를 받았으나 한 시즌도 10승을 넘기지 못했다. 2014년 9승이 최다승이었다. 2011년에는 12패를 당했다. 역시 군 복무 이후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가 올 시즌 4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1.52로 대반전했다.
홍원기 감독은 오랫동안 이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문성현과 하영민의 어두운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안다. "긴 시간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다. 그래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남다르다. 올 시즌 중요한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 현재 젊은 선수들이 이들에게 배우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라고 했다.
키움 마운드에서 실패의 쓴맛을 아는 이들이 불펜에 헤쳐 모여 어벤저스를 이뤘다. 그들에겐 한이 있다. 홍 감독은 이들에게 선발투수들처럼 엔트리 제외 및 열흘 휴식을 부여하긴 어렵지만 "필승조의 등판 간격을 늘리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했다. 고마운 마음은 '찐'이다.
[문성현(위), 하영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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