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바빕(BABIP)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의 14일 고척 두산전 중월 투런포는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라는 응원문구를 스케치북에 새긴 팬에게 진짜로 향해 큰 화제가 됐다. 심지어 중계방송사 카메라를 통해 응원모습을 비춰준 직후 곧바로 홈런이 나왔다.
사실 이정후로선 2020년(15홈런) 이후 2년만에 다시 나온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게 큰 의미가 있었다. 지금 페이스라면 15홈런을 넘어 생애 첫 20홈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정후는 2021년부터 완전히 자리잡은 자신의 타격 매커니즘 덕분이라는 입장이다. 더 강한 타구를 날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홈런이 나왔을 뿐, 장타를 노리는 스윙을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정후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 키움의 대권 및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일궈내려는 야망이 강하다. 약간 오픈스탠스를 취한 뒤 강력한 몸통회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강한 타구를 만들어낸다. 취약한 코스는 거의 없고, 그라운드 곳곳으로 안타를 만들어낸다.
통산 3000타석 이상 타자 중 타율 1위(0.339)를 하는 타자는, 이처럼 자신만의 확고한 타격관이 있다. 그래서 이정후는 타율과 안타에 대한 애착이 크다. 16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홈런에 대한 로망은 없다. 나와 맞는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안타와 타율을 중시한다"라고 했다.
이정후 역시 시대가 달라졌다는 건 안다. 클래식 스탯의 경우 타율 이상으로 OPS가 높게 평가 받는다. 그리고 조정득점생산력, 가중출루율 등 2차 스탯이 각광 받는다. 물론 이정후는 이런 기록들조차 우수하다.
이정후는 "OPS를 많이 보는 시대다. 안타를 못 쳐도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야구에서 타율과 안타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야구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홈런을 더 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니다. 난 인플레이타구를 만드는 타자다. 내 장점을 살려야 한다"라고 했다.
인플레이타구 타율(BABIP) 역시 2차 스탯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홈런과 볼넷, 사구, 삼진을 제외하고 오로지 인플레이 된 타구의 애버리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볼 데드가 되지 않는 상황서 해당 타자의 생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스탯이다.
그런데 현대야구에서 정교한 수비시프트가 발달하면서 인플레이타구 타율을 높이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바빕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실제 너무 잘 맞은 타구는 야수에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 시프트를 깨거나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면 '바빕신의 가호'를 받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통산타율 1위,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통산 BABIP 0.358의 이정후조차 '바빕신의 가호'를 기대한다. 이정후는 "아직 바빕이 안 좋다. 그래서 작년에 비해 타율이 떨어진다. 지금도 타구의 질은 좋은데 시프트에 잡히는 것인지 운이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바빕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타율도 오를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16일까지 이정후의 올 시즌 BABIP는 0.310. 2017년 데뷔 후 가장 좋지 않다. 2021시즌 0.374보다 6푼4리 떨어졌다. "작년과 평균 바빕보다 5푼 정도 떨어졌다"라는 이정후의 기억이 정확하다. 그러고 보면 이정후의 올 시즌 타율 0.325는 통산타율과 작년타율(0.360)보다 다소 떨어진다.
물론 이정후만의 아주 높은 기준일 뿐, 보통의 타자라면 지금도 충분히 좋은 기록이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욕심이 많은 이정후는 올 시즌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다. 단 1개의 강한 타구, 단 1개의 안타라도 더 만들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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