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택적 분노 아닌가요."
한화 주장 하주석이 16일 대전 롯데전 8회말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송수근 주심에게 분노를 폭발한 사건이 여전히 야구계의 큰 화제다. 하주석의 분노를 '프로의 승부욕'이라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분노는 분노일 뿐이다.
한 관계자는 "타자들의 선택적 분노 아닌가요"라고 했다. 하주석만을 지칭한 게 아니다. 키움 전병우 등 올 시즌 구심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격분해 강하게 어필하는 걸 넘어서서 헬멧이나 방망이를 패대기 친 타자가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여전히 일부 구심들은 '스트라이크존 정상화'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해 타자들을 헷갈리게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부분은 시간이 필요하다. KBO와 심판들이 해결해나가야 한다. 타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팬들은 타자들의 선 넘는 어필과 분노에 반감을 갖는다. 비싼 돈 주고 티켓을 끊어 직관하는 팬들, 스포츠케이블방송사의 생중계를 보는 팬들이 선수들의 지나친 분노를 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 게 아니다. 어필은 어필로 끝나야 한다. 하주석이 판정에 불이익을 받은 게 사실이더라도 그날의 분노는 선을 넘어도 한 참 넘었다.
그렇다면 왜 이 관계자는 '선택적 분노'를 의심했을까. "타자들이 스트라이크나 볼 판정에 분노하는 건 봤어도 결정적 실책을 할 때 글러브를 내동댕이 치거나 팀이 졌다고 방망이를 부러뜨리며 분노하는 걸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적어도 제3자들이 보기엔 자신의 명백한 잘못 혹은 팀의 패배에는 아무런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데 심판의 판정에만 분노하니 타인에 대한 '선택적 분노'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한 번 생각해보자. 사회인이 직장에서 타인의 명백한 실수 혹은 잘못에 의해 화가 났다고 해서 동료 직원들 앞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야구기자들이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기사 마감 시간이 늦어져서 짜증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노트북을 부러뜨리거나 큰 소리로 화내고 욕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승부욕은 있다. 극심한 경쟁의 세계에서 사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승부욕이 선 넘는 분노 혹은 선택적 분노로 변질되면 안 된다. 그럴수록 더욱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게 진정한 승부욕의 발현이다.
더구나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프로스포츠의 주인은 선수가 아닌 팬이다. 하주석은 그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입장한 KBO리그의 주인 3640명을 분노하게 했다. 2군행은 당연한 대가다.
[하주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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