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타이거즈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김종국 감독이 눈 앞의 1패를 감수하면서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종국 감독의 4번 타자 황대인 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황대인은 22일 광주 롯데전서 평소처럼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5-3으로 앞선 6회초 수비에서 김도영으로 교체됐다. 김도영이 3루수로 들어가면서 류지혁이 1루수로 이동했다.
명백한 ‘문책성’ 교체였다. 황대인의 5회초 수비가 안일했다고 판단했다. 5-2로 앞선 5회초 1사 2,3루서 이대호가 3루 땅볼을 쳤다. 3루수 류지혁의 송구가 1루수 황대인에게 정확하게 가지 않았다. 황대인이 베이스를 비우고 나와서 잡았다. 이후 1루로 주루하는 이대호를 태그 하는 게 수순.
그러나 이대호는 황대인의 태그 시도에 슬쩍 몸을 틀었다. 그러면서 절묘하게 1루를 밟았다. 1루심의 최초 판정은 태그아웃. 그러자 이대호가 벤치에 비디오판독을 요구했다. 실제로 판정은 정정됐다. 태그가 되지 않은 게 육안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3루 주자는 득점.
황대인으로선 그 순간 실점과 관계없이 타자 주자를 확실하게 태그 해서 아웃카운트를 늘려야 했다. 비디오판독에 들어갈 때 자신의 가슴을 치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황대인은 21일 광주 롯데전서도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의 기습번트 타구를 잡고 제대로 태그하지 못했다. 당시 황성빈이 1루에 재치 있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정도로 출루 의지가 강력했다. 그러나 황대인이 좀 더 기민하게 대처했다면 충분히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었다.
KIA는 시즌 초반 실책이 잦았다. 그러나 김종국 감독은 그럴 때마다 선수들을 감쌌다. 심지어 “나도 현역 시절 실책을 할 때 (투수 등 동료에게 미안해서)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라고 했다. 실책을 하고 싶어서 하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기본은 확실하게 지켜주길 바랐다. 김 감독은 “수비는 평범하고 기본적인 걸 잘 해주면 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21일 경기서 황대인을 빼지 않았던 건 황성빈의 센스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22일 경기서 이대호의 타구는 황대인의 명백한 본헤드플레이라고 봤다.
공교롭게도 KIA는 황대인이 교체된 뒤 4번 타순에서 계속 찬스가 걸렸다. 당장 6회말 2사 2,3루 찬스서 ‘4번 타자’ 김도영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5-7로 뒤진 연장 10회말에는 1사 2,3루 동점 찬스서 또 다른 ‘4번 타자’ 김규성이 삼진을 당했다. 결국 KIA의 5-7 재역전패.
리그 타점 4위(51개)이자 팀 내 타점 1위 황대인이 교체되지 않고 6회와 10회 찬스 중 한 번이라도 타점을 만들었다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경기 중반 쫓기는 와중에서 4번 타자를 뺀 건 눈 앞의 1승보다 선수들에게 야구의 ‘기본’을 강조하고 싶었으며, 나아가 ‘타이거즈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는 진리를 확고하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팀 승리를 위해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잘 나가는 4번 타자도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KIA도 황대인도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필승계투조를 총출동시켰고, 심지어 마무리 정해영이 무너지면서 재역전패했다. 두 배의 데미지가 있는 패배였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김 감독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이해했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었던 하루다.
[황대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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