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첫 느낌부터 너무 강했죠. 잊을 수가 없어요. 계약도 하기 전에 마무리캠프를 간 선수예요. 그래서 계약금이 올라갔다고 해요. 원래 평가 받았던 금액보다 더 받은 거죠"
류지현(51) LG 감독의 회상이다. 최근 은퇴식을 치른 박용택(43)과 선수로도 함께 뛰었던 류지현 감독은 2002년 신인으로 들어왔던 박용택의 첫 인상을 잊지 못한다.
KBO 리그 통산 최다인 2504안타를 남긴 박용택은 '등장'부터 '레전드'였다. 박용택은 휘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로 진학했지만 이미 LG 선수나 다름 없었다. 당시에는 고졸 우선지명이라는 제도가 있었고 LG가 박용택을 '찜'할 수 있었다.
LG는 박용택에게 계약금 2억 3000만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박용택은 이를 거부했다. 자신과 동기인 KIA 이현곤이 3억 5000만원, 현대 김민우가 3억 4000만원을 받았고 LG가 1차지명으로 뽑은 김광희도 3억 2000만원을 가져갔으니 속에서 천불이 날 만했다.
"구단이 나에게는 2억 3000만원을 준다고 하더라. 신인인데 계약금 협상을 10번은 했을 것이다"라고 회상한 박용택.
박용택이 "이 돈 받고 야구 안 합니다.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라고 하자 LG 구단에서는 "마무리캠프에서 김성근 감독한테 주전급 평가 받으면 올려주겠다"라고 답했다. 아직 프로 데뷔도 안 한 신인 선수가 '야신' 김성근 감독에게서 주전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박용택은 그것을 해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열심히 했다"는 박용택은 "마무리캠프만 한 달 반을 했는데 하루만 쉬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는 김성근 감독이 "너 왜 계약 안 하고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박용택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감독님이 저를 재밌는 아이로 생각하신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백기를 든 것은 LG였다. 유지홍 스카우트 팀장을 급파해 결국 계약금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무려 기존 제시액보다 7000만원이 인상된 것이다. 박용택 자신도 "전무후무한 신인 계약"이라고 말할 만큼 그는 신인 시절부터 '전설'을 만들고 시작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열정은 그가 레전드로 등극하는 시발점이 아니었을까. "야구를 재미로만 하면 잘 안 되더라"는 그의 말에서 그에게 야구는 '전쟁' 그 자체가 아니었을지.
[박용택이 2005년 올스타전에 참가했을 당시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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