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차피 헤어질 운명이었나.
KIA 포수 박동원과 키움 포수 이지영은 2019년부터 올 시즌 초까지 키움에서 3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박동원이 2015년부터 주전으로 떠올랐지만, 또 다른 주전급 포수 이지영이 2019시즌을 앞두고 삼각트레이드로 키움에 입단하면서 ‘안방 양분’이 시작됐다. 이지영은 2019-2020 FA 시장에서 3년 18억원 계약까지 체결했다.
전임 감독들은 자연스럽게 선발투수들을 상대로 전담포수제를 채택했다. 박동원과 이지영은 포수 특유의 체력소모도 방지하고, 전담 선발투수와의 좋은 호흡을 좀 더 극대화한 측면이 있었다. 두 포수의 볼배합 스타일이 다른 것도 키움으로선 이득이었다. 박동원은 공격적이고, 이지영은 차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선수는 누구나 풀타임 주전을 꿈꾼다. 특히 이지영보다 4살 어린 박동원은 전성기를 ‘반쪽’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특히 포수 마스크에 대한 욕심이 컸다. 박동원은 장타력이 장점이니 이지영에게 마스크를 내주고 지명타자로 나간 경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결국 박동원은 2021시즌이 끝나고 고형욱 단장에게 면담을 요청, 트레이드를 정식으로 요구했다.
키움은 애당초 박동원을 타 구단에 쉽게 넘길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박동원의 가치를 잘 아는 KIA 장정석 단장의 꾸준한 러브콜에 결국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박동원과 이지영은 3년의 동거를 끝내고 ‘풀타임’ 주전이 됐다.
박동원의 KIA 트레이드는 4월 말이었다. 두 사람의 이별도 2개월이 흘렀다. 함께 한 시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둘 다 풀타임 주전으로 나갈 때 매력이 극대화되는 법이다. 아주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정감이 크다는 게 키움 홍원기 감독과 KIA 김종국 감독의 평가다.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키움의 2위 질주에 이지영의 지분이 상당하다고 본다. 이지영은 올 시즌 75경기서 타율 0.243 1홈런 21타점 19득점 OPS 0.607 득점권타율 0.261. 찬스에서 약하지 않고 최근 10경기 타율도 0.300으로 괜찮다.
수비와 볼배합, 투수리드도 안정적이다. 홍 감독은 “젊은 투수가 많은 특성상 노련한 이지영이 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A(대체선수대비 수비승리기여도) 0.569로 리그 포수 1위다. 블로킹 능력을 평가하는 PASS/9도 0.423으로 리그 5위다. 도루저지율도 38%로 리그 포수 7위다.
KIA는 안방 약점 해결과 우타 파워 보강에 중점을 두고 박동원을 영입했다. 김종국 감독은 박동원에게 놀랐다. “공격력을 보고 데려왔는데 막상 수비력도 좋다. 잘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박동원은 WAA 0.560으로 이지영에 이어 리그 포수 2위다. PASS/9 0.363, 도루저지율 46%로 모두 3위다
박동원의 타격은 66경기서 타율 0.232 9홈런 29타점 29득점 OPS 0.756 득점권타율 0.255다. 장타력이 있지만, 기복이 심한 스타일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KIA 이적 후 타율 0.236 8홈런 25타점 OPS 0.758. 타율과 OPS는 키움 시절보다 상승했다. 반면 조정득점생산력은 키움시절보다 소폭 하락했다. (키움 121.3, KIA 110.6)
시즌은 절반이 막 지났을 뿐이다. 두 포수의 공수지표는 풀타임을 소화한 뒤 다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선 키움과 KIA 모두 만족도가 높다. 두 포수 모두 풀타임 포수라는 책임감이 확고하다는 후문이다.
키움은 박동원의 장타력을 잃은 게 아쉽지만, 포수 세대교체 차원에서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유망주의 천국답게 가능성 있는 포수가 많다. 백업 김재현에 주효상이 곧 제대한다. 내부적으로는 유망주 김시앙을 주목한다. KIA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예비 FA 박동원과의 오랜 동행이 확정적이다.
[박동원과 이지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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