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2루타를 쳐도, 홈을 밟아도 웃지 못한 남자가 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키움 김혜성은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맹확약했다. 비록 팀 패배에 빛을 바랐지만 전날 사구 여파로 이정후, 이지영이 빠진 키움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웃을 수 없었다. 경기 내내 정수빈 걱정에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다.
바로 두산 정수빈이 자신과의 충돌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정수빈이 2회말 1사 1.2루에서 1루 땅볼을 치고 출루했다. 이어진 2사 1.3루 상황에서 양찬열이 투수 앞 땅볼을 쳤는데 키움 선발투수 애플러가 잡지 못했다. 타구는 느렸고 2루수 김혜성이 빠르게 전진하며 포구하려 했다. 이때 정수빈도 1루에서 2루로 뛰었고 둘의 동선이 겹쳤다. 정수빈은 김혜성을 뛰어넘으려다 김혜성의 얼굴을 왼쪽 무릎으로 찍으며 공중에서 180도 돌며 허리부터 땅으로 떨어졌다.
두 선수는 모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김혜성은 응급처치를 한 뒤 일어섰지만 정수빈은 결국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때부터 김혜성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혜성이 좌익수 왼쪽 2루타를 쳤다. 2루 베이스를 밟은 그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산 선수들을 보며 미안해했다. 이후 송성문의 2루 땅볼 때 3루 베이스를 밟고 허경민에게 다시 한번 더 미안함을 전했다. 허경민은 김혜성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라며 위로하기도 했다. 푸이그의 1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을 때도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후 두 번의 안타를 더 쳤지만 세리머니는 없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어두운 표정은 그대로였다.
사실 김혜성의 잘못은 없었다. 플레이 도중 일어난 사고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수빈이 구급차로 실려갈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혹시 큰 부상으로 이어질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승부보다 중요한 게 동료애였던 것이다.
정수빈은 다행히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두산 관계자는 "엑스레이와 CT 촬영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는 거로 나왔다. 다만 아직 허리에 불편함이 남아있어 상태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위닝시리즈를 가져간 두산은 정수빈 없이 잠실에서 라이벌 LG 트윈스와 맞붙는다.
[정수빈 걱정에 웃지 못한 김혜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