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안 풀릴 때 2군에 가야 하나 싶었다.”
1군에서 입지가 확실치 않은 선수가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기가 거의 없다면, 자연스럽게 “2군 가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KIA 슈퍼루키 김도영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며 역대급 재능을 가졌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심지어 시범경기서 덜컥 타격왕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김도영도 시즌 초반에는 출발선상에 선 신인 중 한 명일뿐이었다. 1군에 올라오지도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 신인이 부지기수지만, 모든 신인은 1군에서 주전이 되는 꿈을 꾼다. 더구나 고교 시절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때문에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예상대로 프로는 아마추어와 확연히 달랐다. 김도영은 10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프로는 다르구나 싶었다. 노련미 자체가 다르다. 고교에선 투수가 그냥 스트라이크를 넣는다. 그러나 프로는 스트라이크도 실투가 아니라 포수가 원하는 곳에 던진다. 그게 다르다”라고 했다. 스피드와 커맨드, 구종별 품질에서 차원이 다르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었다. 김도영은 “그냥 선배님들이 시험삼아 던진 공이었다. 2S서도 승부를 들어왔다. 그런데 시즌에 들어오니 (2S에)유인구를 던진다. 하이볼로 헛스윙을 유도하시더라”고 했다.
프로의 매운 맛을 느끼면서 기대치와 성적이 반비례했다. 2군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5월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백업으로 밀려났다. 1달간 주전 3루수를 맡으면서 사실상 보여준 게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렇게 김도영은 대수비와 대주자로 롤이 바뀌었다. 타석 수는 줄어들었고, 어쩌다 방망이를 잡으니 타격 성적은 더 떨어졌다. 타격 폼도 이렇게 저렇게 계속 바뀌었다.
김도영은 “너무 힘들었는데 응원해주는 팬이 많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경기에 임했다. 너무 안 풀릴 때는 2군에 가야 하나 싶었는데, 선배님들이 무조건 1군에 있는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해주셨다”라고 했다.
특히 포지션 경쟁자 박찬호와 류지혁이 1군 적응에 큰 도움을 줬다. 김도영은 두 선배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두 선배의 조언에 마음을 다잡고 때를 기다렸다. 그는 “공수주 다 잘 하는 선수로 기대를 받고 들어왔으니 하나만 잘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타격이 안 풀리니까 팔을 낮춰도 보고 높여도 보고 그랬다. 지금은 원래의 폼으로 돌아왔다. 주루도 처음에는 어리바리 했는데 경기를 좀 나가면서 알게 된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
류지혁이 6월 들어 타격감이 뚝 떨어지면서 다시 김도영에게 기회가 왔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박찬호, 김선빈 등의 체력안배도 필요한 시점. 김도영은 다시 꾸준히 타석 수를 늘리면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7월 7경기서 21타수 7안타 타율 0.333 2홈런 2타점 5득점 3도루.
데뷔 첫 홈런도 나왔다. 익숙하지 않은 3루 수비는 확실히 좋아졌다. 승부처에 공격적 주루를 선보이는 등 본래 자신의 모습이 나온다. 김종국 감독도 수비, 주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타격의 좋은 리듬으로 연결됐다고 평가한다.
김 감독은 “이제 도영이가 볼넷도 얻고 도루를 하면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도영이에게 장타를 원하지 않는다. 주루와 수비에서 좋은 플레이를 해주니 공격까지 밸런스가 맞는다.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물론 타격에서 꼬박꼬박 안타도 쳐준다.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슬럼프와 멘붕을 겪었지만, 역시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을 그냥 얻은 게 아니다. 실제 김도영의 공수주 생산력이 활력이 다소 떨어졌던 팀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2군에 가지 않고 1군에 꾸준히 머무르게 하며 반등을 꾀한 김 감독의 디시전도 적중했다.
김도영은 신인왕 레이스에 다시 가세했다. 올 시즌 짧은 구간에 반짝한 신인은 많지만, 꾸준히 임팩트를 남긴 신인은 없다. 김도영은 “팀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제 프로에 좀 적응이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도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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