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60km보다 완투가 어려운 것인가.
적어도 현 시점에서 키움 에이스 안우진(23)에겐 그렇다. 안우진은 10일 고척 NC전서 8⅓이닝 2피안타 11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으로 생애 첫 10승을 달성했다. 투구수 104개에 패스트볼 최고 157km까지 나왔다.
안우진은 6월23일 대구 삼성전서 8회 마지막 타자에게 패스트볼 160km를 찍으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6월29일 고척 KIA전서는 최형우와 나성범에게 포크볼을 1개씩 구사하기도 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는, KIA 김종국 감독의 말대로 ‘핫’한 투수다.
그런 안우진이 유독 넘기기 어려운 벽 하나가 완투와 완봉이다. 안우진은 이날 8⅓이닝이 자신의 역대 한 경기 최다이닝이다. 최근 밥 먹듯 7이닝을 찍고 있으며, 실제 이날 포함 4경기 연속 7이닝 이상 2자책 이하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했다.
단순히 힘으로만 타자를 윽박지르는 시절에선 확실히 벗어났다. 두 종류의 슬라이더에 커브까지 장착하면서 타이밍 싸움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체인지업도 구사한다. 당분간 봉인한 포크볼도 연마 중이다. 강속구와 변화구 모두 커맨드가 향상되면서 알고도 못 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때문에 완투와 완봉 목전에서 아깝게 물러나는 모습이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아무리 초특급투수라고 해도 완투와 완봉을 밥 먹듯 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안우진 정도의 경쟁력이라면 완투와 완봉은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홍원기 감독이 투구수를 철저히 관리한다. NC전만 해도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라서 살짝 무리를 시켰다면 완투에 도전할 수 있었다. 또한, 홍 감독은 경기흐름에 따라 교체 타이밍도 칼 같이 잡는다. 올 시즌 키움 불펜은 리그 최강이다. 안우진만큼 신뢰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물론 홍 감독도 안우진의 완투나 완봉을 누구보다도 바란다. 160km이나 탈삼진보다도 완투 혹은 완봉을 하면서 얻게 될 경험, 교훈이 더 많을 것이라고 수 차례 언급했다. 다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송신영 투수코치는 한술 더 뜬다. 160km, 탈삼진, 완투 혹은 완봉의 시선에서 벗어난 지도자다. 안우진이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급, 심지어 그 이상의 특급에이스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철저히 관리한다. 예를 들어 마운드에서 일부 외국인투수가 갑자기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격한 감정을 내뱉는 행위 등을 철저히 따라하지 못하게 한다.
송신영 코치는 지난달 말 인터뷰서 “우진이의 구속은 더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상당히 조심스러운 어투로 완투 혹은 완봉을 넘어 “퍼펙트게임까지는 모르겠고 노히트노런은 한번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전반기 내내 특급 모드였지만, 더욱 ‘미치는’ 날이 나오면 노히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
최근 현장에서 만난 키움 출신 한 지도자도 안우진의 성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투구이론의 대가답게 안우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사다. 이젠 타 구단 소속이라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안우진 얘기를 꺼내니 강한 동감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렇듯 현장에선 안우진의 천재성, 잠재력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본다. 완투나 완봉은, 어쩌면 안우진에겐 그렇게 의미 있는 미션이 아니다. 그 이상의 임팩트 있는 이정표를 향해 달린다.“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라는 방송인 서장훈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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