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이 오승환답지 않다.
삼성이 또 졌다. 12일 수원 KT전서 2004년 5월18일 대구 KIA전서 구단 역대 최다 10연패를 기록한 뒤 18년 2개월만에 다시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3-2로 앞선 9회말 마무리 오승환이 배정대와 앤서니 알포드에게 믿을 수 없는 백투백 솔로포를 얻어맞고 3-4로 졌다.
삼성은 이날 전까지 7월 들어 불펜 평균자책점 9.38로 10개 구단 최악이었다. 타선은 그럭저럭 터지고 있지만, 마운드가 문제였다. 거의 매 경기 6~7실점 이상하면서 경기후반에 주저 앉고 최악의 흐름으로 경기를 마치는 패턴이 반복됐다.
허삼영 감독은 이날 총력전을 펼쳤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을 5이닝만에 내리고 불펜을 풀가동했다. 조금의 위기라도 보이면 곧바로 교체하면서 위기의 싹을 끊어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윤수~이상민~이승현~우규민~문용익까지 3이닝 동안 5명의 불펜을 가동했다. 김윤수와 이상민이 볼넷을 내주며 불안했지만, 우규민과 문용익은 주자를 내보냈음에도 착실하게 1이닝을 지웠다.
그러나 맏형이자 마무리 오승환이 경기를 망쳤다. 오승환도 최근 흐름이 너무 좋지 않다. 6일 대구 LG전서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더니 9일 대구 SSG전서는 1⅓이닝 1피안타 3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이날은 백투백 홈런까지 맞았다.
배정대와 알포드에게 홈런을 맞은 구종은 모두 패스트볼이었다. 구속은 141~142km. 배정대와 알포드 모두에게 몸쪽 보더라인을 절묘하게 찔렀으나 두 타자가 잘 쳤다. 오승환의 구위 자체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다. 배정대에겐 패스트볼, 알포드에겐 슬라이더 위주의 볼배합을 했으나 볼카운트 싸움을 하려면 결국 패스트볼을 써야 했다. 두 타자는 그걸 알고 있었다.
불펜이 선전했는데도 마무리가 무너지면서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 덕아웃 분위기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냥 1패도 아니고 구단 최다 10연패다. 심지어 오승환은 삼성 투수들이 믿고 따르는 정신적 지주다. 삼성의 현재 분위기를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최후의 보루가 잇따라 무너지면서 삼성이 길을 잃고 몰락한다. 작년 페넌트레이스 2위는 신기루였을까. 삼성은 아직도 암흑기를 끝내지 못한 것일까. 삼성에 수원에서의 2022년 7월12일은 충격의 하루로 다가올 법하다.
[오승환(위), 삼성 선수들(아래). 사진 = 수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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