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이벤트 매치에서 퇴장이 웬 말인가.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은 2022-23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으로 프리시즌 투어 겸 전지훈련을 왔다. K리그1의 12개 팀에서 각 2명씩 발탁해 급하게 상대팀을 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K리그와 토트넘은 지난 13일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을 치렀다.
K리그 공식 올스타전은 아니지만 올스타전 성격이 강한 매치였다. 팀 별로 선수를 골고루 뽑았고, 경기 전에 팬 사인회 및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하프타임에는 K리그 구단 마스코트와 토트넘 마스코트가 모두 모여 달리기 시합을 펼쳤다. 모두 웃고 즐기는 경기였다.
스코어도 팽팽했다. 전반전은 1-1 무승부. 후반전 중반까지는 토트넘이 4-3으로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후반 28분에 모든 흐름을 뒤바꾸는 장면이 나왔다.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할 때 뒤따라가던 김동민이 태클을 범했다. 분명 명백한 반칙이었다.
김종혁 주심은 단호하게 휘슬을 불었다. 그리곤 바지 뒷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냈다. 경고 누적이 아닌 다이렉트 퇴장이었다. 김동민을 비롯해 골키퍼 김영광과 수비수 김진혁, 김지수 등은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했다. 이벤트 매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퇴장이 나오자 관중들도 당황했다.
토트넘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1명을 더 넣으라고 먼저 제안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퇴장 직후 토트넘 벤치 쪽에서 ‘추가로 1명을 더 투입해 11대11로 경기하자’는 제안을 했다. 축구 경기에서 추가 투입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들려줬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 ‘진심으로’ 임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첫 경기인데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선수들 컨디션을 확인해야 했다. 신입생들과의 호흡도 맞춰야 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전술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대했다. 그러려면 반드시 11대11 맞대결이 필요했던 셈이다.
퇴장 이후 경기 템포가 급격히 루즈해졌다. 10명이 된 팀K리그는 불가피하게 수비적으로 나섰다. 게다가 체력 소모도 심했다. 후반전을 소화한 이기제는 “더운 날씨에 1명이 퇴장 당해서 많이 힘들었다. 공격적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팀K리그는 2골을 더 내주고 3-6으로 졌다.
퇴장 당사자 김동민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퇴장을 당했다. K리그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제가 퇴장을 당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일부 극성팬들은 김동민 SNS로 달려가 악성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자 김동민 소속팀 인천 팬들이 ‘선플’로 악플을 덮었다.
K리그1 A구단 관계자는 “빼곡한 리그 일정 중간에 정말 어렵게 잡은 경기다. 각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와중에 10명이서 이벤트 매치를 뛰었다. 이 10명을 지켜보는 소속팀 감독들은 애가 탔을 텐데...”라며 하소연했다.
퇴장만 아니었어도 선수, 감독, 소속팀, 팬들에게 완벽했을 경기다. 흥행은 대성공한 이벤트 매치였지만 '갑분싸' 옥에 티는 선명하게 남았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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