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 KBO리그는 왕조를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2010년대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과 두산이 나란히 몰락한다.
2022시즌 KBO리그 전반기의 최대 특징 중 하나는 2010년대 삼성-두산 왕조가 함께 하위권으로 처졌다는 점이다. 두산이 36승46패2무로 7위, 삼성이 35승50패로 8위. 5위 KIA에 각각 6경기, 9.5경기 뒤졌다. 산술적으로 후반기 대역전 5강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을야구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두 팀은 2010년대의 주인공이었다. 삼성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페넌트레이스 5연패, 2014년까지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차지했다.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한 팀이 두산이었다. 두산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6년과 2019년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7~2018, 2020~2021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래서 2010년대 초반은 ‘삼성 왕조’, 2010년대 후반은 ‘두산 왕조’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 떠올려봐도 삼성의 2010년대 초반 멤버 구성은 사실상 국가대표팀이었다. 두산 왕조도 삼성 왕조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이름값을 자랑했다.
삼성은 두산에 의해 통합 5연패에 실패한 뒤 암흑기를 겪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최하위만 면했을 뿐, 9위도 두 차례 차지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실상 ‘강제 리빌딩’을 시작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2021년에는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 암흑기를 끊었다. 그러나 올 시즌 다시 추락했다.
두산이 삼성의 뒤를 이을지 관심사다. 이미 2019년 통합우승 이후 전력이 크게 꺾이는 추세였다. 실제 2020~2021년에는 페넌트레이스 3위와 4위였으나 포스트시즌서 ‘왕조 DNA’를 발휘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올 시즌은 심상치 않다. 우선 삼성은 2021년의 선전이 암흑기 탈출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021년에 좋은 성적을 올린 주축 대부분 올해 성적이 떨어졌다. 특히 투수들이 그렇다. 부상자도 적지 않다. 리빌딩 성과도 봤지만, 여전히 플랜B가 강하지 않은 아킬레스건을 노출했다.
두산은 특유의 DNA와 김태형 감독 특유의 공격적인 경기운영능력으로 전력 대비 성적을 잘 낸 케이스다. FA 보상선수들과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생들, 젊은 선수들이 뒤섞인 팀들이라 왕조 시절 멤버 구성과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존 주축들의 부상과 부진 이슈도 있지만, 수년째 이어진 굵직한 전력 유출의 한계라고 봐야 한다.
좀 더 구간을 넓히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 혹은 두산 혹은 SSG 없는 한국시리즈는 없었다. 이 기간 삼성 혹은 두산이 없는 한국시리즈는 2003년, 2009년이 유일했다. 즉, 2010년부터 11년 연속 두 팀 중 한 팀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올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영원한 왕조는 없다. 삼성의 암흑기는 큰 틀에서 보면 현재진행형이고, 두산도 언제 암흑기에 들어서도 이상하지 않다.
한편으로 삼성과 두산 왕조 이후 왕조가 보이지 않는다. 2020년과 2021년 9~10구단 NC, KT가 잇따라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NC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추락했다. 외부 이슈까지 더해지며 왕좌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훨씬 어렵다는 명제를 증명한다. KT는 전반기 막판부터 작년의 포스를 회복, 하위권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실제 후반기 최대 다크호스이긴 하다. 그러나 3강 SSG, 키움, LG가 막강한 것도 사실이다. 알고 보면 프로스포츠에서 2연패도 쉽지 않다. 그만큼 삼성과 두산 왕조가 대단했다.
이제 KBO리그는 왕조를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FA로 이적이 빈번해졌고, 프랜차이즈 개념이 많이 희석됐다. 확실히 현재 20~30대 젊은 선수들은 ‘정’보다 ‘돈’과 ‘성적(우승할 수 있는 팀)’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신인 전면드래프트가 재도입된다. 한 팀이 프랜차이즈 신인들을 단단하게 다져 오랫동안 보유, 장기간 좋은 전력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이다.
[삼성,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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