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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이상한 나라의, 박세완…고양이에게 물어봐, 앨리스 [이승록의 나침반]

시간2022-07-25 06:00:01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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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선 앨리스가 체셔캣에게 이렇게 묻는다. "내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래?(Would you tell me, please, which way I ought to go from here?)" 그때 체셔캣이 들려준 대답은 그 고양이의 미소만큼이나 기이했으나, 그 대답이 남긴 여운은 이상한 나라를 넘어 지금까지 우리 곁을 떠돌고 있다.

비 오던 여름 날,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배우 박세완의 목소리에는 감흥과 긴장이 절반씩 어려 있었다. "저도 처음 접해본 장르라서 '어색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많이 했어요. 처음 공개된 날엔 밥도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

왓챠 '최종병기 앨리스'는 박세완이 타이틀롤이었다. 앨리스란 이름인데, 여름(송건희)에겐 겨울로 불렸다. "건희는 완벽한 여름이었다"고 칭찬하면서도 박세완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겨울이었다.

"주연인 데다가 제목에 제 이름이 들어가서 그만큼 부담이더라고요. '내가 과연 최종병기 같을까' 하고 액션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요."

박세완이 '부담'을 통제한 방식은 특유의 성실함이었다. 게으를 줄 모르는 배우답게 고강도 액션 연습에 철저한 식단 관리는 물론이고 극 중 드문드문 등장하는 욕설 연기를 준비하기 위해선 "어색해 보일까봐"란 이유 때문에 유튜브까지 찾아가며 하루 종일 욕 연습을 할 정도였다. 평소 박세완을 잘 아는 소속사 식구들은 "너 왜 이렇게 욕을 잘해?" 하고 놀랐다는데, 그게 "더 뿌듯했다"는 박세완이다.

섬세함은 차이를 만들었다. 그동안 학생 역할을 여럿 맡은 바 있으나 박세완에게 '킬러의 정체를 숨긴 학생'이란 설정은 처음이었다. 다만 겨울의 삶을 대비하며 "이전에 연기했던 친구들과 무조건 다르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겨울은 '밝음'이 삐져나올 거라 믿었다"는 박세완은 "겨울은 자신도 모르게 그 '밝음'이 삐져나올 거란 느낌을 갖고 출발했다"고 했다.

성실하게, 섬세하게 노력하며 '최종병기 앨리스'를 준비했던 건 박세완도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왜 나지?"라고 생각했을 만큼 낯선 길이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누구보다 갈망했던 길이었다.

"그 즈음에 아마 제가 기로에 서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나?' 싶었어요. 너무 비슷한 결의 캐릭터만 한 게 아닌가, 악역을 하거나 이미지가 확 변하는 역할을 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해서요.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는지, 무섭지만 도전하는 게 맞는지 싶었어요. 근데 막상 도전하려니까 오디션을 봐도 잘 안될 때도 있었고요."

그 갈림길에서 박세완이 내디딘 게 '최종병기 앨리스'의 겨울이었다. 박세완은 "제가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이제서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고, 긴장됐다"고 고백했다.

사실 '최종병기 앨리스'에는 박세완이 절반씩 섞여 있다.

박세완의 '겨울'은 킬러라는 설정 아래에서도 박세완의 이미지에서 떠오르는 맑고 투명한 감흥이 스며있고, 고등학생이란 설정 위에 있음에도 박세완에게 본 적 없던 처절하고 냉혹한 긴장이 배어있다. 물론 다른 누군가 연기했다면 다를 수도 있겠으나, '최종병기 앨리스'의 겨울은 박세완 밖에 할 수 없는 겨울이기도 했다. 그 적당한 균형은 박세완이 그동안 잘한 것이기도 했고,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묻자, 체셔캣은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That depends a good deal on where you want to get to)"라고 말한다.

그러자 앨리스는 "난 어디든지 상관없어(I don't much care where)"라고 답하고, 앨리스의 대답을 들은 체셔캣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럼 네가 어디로 가든 상관없어(Then it doesn't much matter which way you go)"

박세완이 발을 내디뎠다. 푸르른 거제의 여름을 지나, 한번도 보여준 적 없던 세상으로 박세완이 우리의 손을 잡고 발을 내디뎠다. 이제 겨울을 거친 박세완은 우리가 알던 박세완과 전혀 다른 배우가 되어 우리를 이끌고 새로운 계절로 걸어간다.

[사진 = 왓챠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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